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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321에서 영어마을의 몰락이라는 것을 보았다. 컨텐츠의 질과 공익성, 사업성, 지속성까지 모두 검토하여 신중하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업무들이, 너무 따라하기식, 베끼기식의 사업추진이 적자를 내고 문을 닫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

- jamesku -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가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개원 8년 만에 문을 닫기로 했다. 국내 첫 영어마을인 안산캠프는 첫해 118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매년 수십억원씩 손실을 보자 2008년부터 민간 운영으로 바꿨으나 2010년과 2011년 3000만~9000만원의 소폭 흑자에 그쳐 그동안의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국에 32곳이나 난립한 영어마을은 건설비로 최소 5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씩 들어갔지만 대부분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규모가 제일 큰 경기 파주영어마을은 2006년 개원 이후 6년간 41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어마을이 영어 익히기에 효과가 있으려면 학생들이 외국인 선생님, 외국인 학생들과 섞여 지내야 하지만, 외국 선생님과 학생을 충분히 구할 수 없다 보니 외국처럼 꾸며놓은 거리에서 음식을 사먹거나 사진을 찍는 놀이공원처럼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 한 곳에서 어떤 사업이 인기를 끌면 다른 지자체들이 무턱대고 베껴 따라가다 실패한 사례가 영어마을만은 아니다. 2000년 충북 제천시가 한 방송사가 제작하는 사극(史劇) '왕건' 세트장을 짓는 데 14억원을 투입해 관광객들이 몰렸다. 그 후 지자체마다 드라마·영화 세트장을 지어주는 데 주민 세금을 아까운 줄 모르고 썼다. 제주도는 2006년 드라마 '태왕사신기' 제작사가 세트장을 짓는 데 군유지(郡有地) 6만2000평을 공시지가의 3분의 2 값에 제공하는 등 파격 지원을 했으나 기대했던 관광객이 오지 않자 지난달부터 철거에 들어갔다. 건설비 20억원 이상이 들어간 전국 27개 드라마·영화 세트장 중 8개는 폐쇄됐고 나머지도 대부분 적자 속에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2010년 경기개발연구원이 경기도 지자체들이 한 해 동안 개최한 축제 115건을 분석했더니 그 중 55%인 63개가 평균 방문객 1만명 이하의 낙제점 행사였다. 지자체들은 컨벤션센터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부터 엇비슷한 전통문화예술촌·박물관·전시관을 짓고 생수공장·오토캠프장을 설립하는 경쟁을 벌였다. 사업 베끼기 다툼은 심지어 초대형 북, 초대형 가마솥을 만들어 기네스북에 등재하기까지 끝이 없다. 안산 영어마을의 몰락은 이런 지자체들에 경종(警鐘)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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