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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치매도 가족들 모두 두려워하는 병인데 젊은 치매라니 깜짝 놀랄 일이다. 사회적 무관심도 문제이고, 정부의 대책도 필요하다.

- jamesku -



3년 전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진단받은 한모(52)씨는 아내와 대학생 딸의 보살핌을 받지 않으면 바깥 출입이 어렵다. 딸은 미국 유학 중 학업을 포기하고 아빠의 간병을 위해 귀국했다.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는 최근 일을 잘 기억 못하고 점차 언어·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게 특징. 한씨는 남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외출하면 집을 찾지 못해 가족이 늘 곁에 붙어 있어야 한다.

항공사에 근무하던 한씨가 집안에 들어앉자 생계는 온전히 아내 몫이 됐다. 하지만 벌이가 넉넉하지 못해 치료비는 몇 해 전 들어둔 보험으로 근근이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주변에 알려질까 신청조차 못하고 있다. 아내는 "앞으로 20∼30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다. 솔직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창 일할 나이인 30∼50대 '젊은 치매'(초로기 치매 혹은 조발성 치매) 환자들이 늘고 있다.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30∼50대 치매 환자는 2006년 4055명에서 지난해 776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50대의 경우 2006년 3179명에서 지난해 6547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대개 알츠하이머 치매가 50∼60%, 전두·측두엽 치매가 20%, 혈관성 치매가 15∼20%를 각각 차지한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초로기(65세 미만) 치매의 경우 인지·언어 기능을 관장하는 뇌의 전두·측두엽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면서 "유전적 요인과 함께 음주나 흡연, 스트레스 등 사회·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초로기 치매의 경우 노인 치매보다 발병 및 유병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질병에 따른 가족들의 간병 및 경제적 부담은 더 크다는 점이다. 이들도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간병 자살'이나 '간병 살인'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그러나 치매 하면 노인성 치매만 떠올리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 관심이나 정부 지원에서 소외돼 있다.

9년 전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남편(59)을 혼자 간병해온 아내 유모(57)씨는 최근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친구모임 등 개인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데서 온 답답함과 우울증이 심하다"고 말했다.

초로기 치매의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요양시설 입소를 꺼리고, 주변에 병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가족들이 간병을 도맡아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현행 장기요양보험 지정 기준은 '숟가락질이나 삼킴 기능' 가능 여부 등 주로 운동 영역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인지나 행동 증상이 심한 젊은 치매 환자들은 요양보험 급수(3급 이내)를 받기가 어렵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장기요양보험 대상자(9월 말 기준) 중 30대는 55명, 40대는 388명, 50대는 2789명에 불과하다.

치매가족협회 관계자는 "젊은 환자들은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간케어센터 등에도 잘 안 가려 한다"면서 "이들을 위한 주간케어센터 확충이나 의료비 지원, 가족 간병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환자들이 주로 받는 인지·행동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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