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THE 인터뷰] "땀을 믿으렴! 준비된 사람은 두려울 게 없단다"


18년간 한 팀 이끈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초심 잃지마라, 개인보다 팀 생각하라" 주문
프로배구 챔프전, 15전 13승 '한국의 퍼거슨'
"초등생, 기초 닦는 시기… 최선 다하길 바라"

18년. 그는 한결같았다. 오로지 팀과 배구만 생각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었다. 그는 ‘신한불란(信汗不亂·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이란 사자성어를 가슴에 새겼다. 선수들과 뒤엉켜 수많은 땀을 쏟았다. 결국 그의 꿈은 이뤄졌다.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신치용(57세) 삼성화재 감독의 얘기다.

지난달 7일, 삼성화재는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네 번째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오는 7일부터 열리는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도 거머쥐었다. 신 감독과 삼성화재 선수들의 꿈이 다시 한 번 이뤄질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달 21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생명 휴먼센터(기흥구 보정동)에서 신 감독을 만났다. 그는 올해 우승을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땀을 믿는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신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 15번의 챔프전 중 13번의 우승

삼성화재는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의 ‘단골손님’이다. 1997년 슈퍼리그(프로배구 출범 이전의 리그 이름)에 본격적으로 출전한 이후 올해까지 챔피언결정전에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진출했다. 고개를 숙인 적도 별로 없었다. 9연패(1997~2005년)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까지 15번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러 13번(실업 8회·프로 5회)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유가 있다. 신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 덕분이다.

“예전엔 선수 덕으로 우승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김세진(38세·KBSN스포츠 해설위원)·신진식(37세·홍익대 감독) 등 당시 한국 배구 최고의 스타들을 보유한 덕분이었겠죠. 프로 출범 이후엔 외국인 선수 한 명 때문에 우승한다는 소리도 숱하게 들었어요. 물론 좋은 선수가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선수들이 모래알과 같은 조직력을 보여준다면 우승이 쉽겠어요? 선수들이 진정한 하나, 제대로 된 팀이 됐을 때 우승할 수 있는 거예요. 전 선수들에게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라’는 주문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합니다. 그 잔소리 덕분에 지금의 삼성화재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선수들 역시 다행히 잘 따라와 줬고요.”

◇현역 프로스포츠 감독 사상 최장수 감독

신 감독은 세터 출신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배구공을 잡았다. 선수 생활은 무난했다. 부산의 배구 명문 성지공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프로 생활은 상무와 한국전력(현 ‘KEPCO45’)에서 했다. 1977년부터 4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면서 배구 선수로의 엘리트 코스도 밟았다. 하지만 그는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접었다. 동기인 김호철(57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당대 ‘최고의 세터’로 이름을 날리던 때였다. 신 감독은 자신에겐 지도자가 더 맞을 거란 판단을 했다. 이인 대한배구협회 전무는 “선수 시절 신 감독의 경기를 보는 시야는 대단했던 걸로 기억한다. 명 감독이 될 자질은 그때부터 보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우리나라 4대 프로 스포츠(축구·야구·농구·배구) 현역 감독 중 한 팀에서 가장 오랜 기간 사령탑을 하는 감독이다. 프로 스포츠 감독이 한 팀에서 지휘봉을 잡는 기간은 3년이 채 안 된다. 그는 1995년 삼성화재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뒤 올해로 18년 차에 접어들었다. 1983년부터 2000년까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스)’의 신화를 이끌었던 김응룡(71세) 삼성 라이온즈 고문의 기록과 맞먹는다. 최근 그에겐 ‘한국의 알렉스 퍼거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란 별명도 붙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6년 동안 이끄는 퍼거슨 감독에 빗댄 말. 신 감독은 “우승 횟수가 많아진 만큼 별명도 늘어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땀을 믿으면 두려울 게 없어요

신 감독은 인터뷰 당일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상대로 대한항공을 지목했다. 그는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이 팀을 잘 만들었다. 대한항공이 이기는 법을 알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의 향방을 가르는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에 이겨 1승을 거뒀다.

올해 삼성화재는 유독 대한항공에 약했다. 상대전적 2승 4패로 열세다. “올 시즌은 거의 모든 면에서 대한항공에 뒤지는 게 사실입니다. 딱 한 가지 앞서는 게 있어요. 바로 우승 경험이죠. 우리 선수들에겐 우승 DNA가 흐릅니다. 그 DNA를 믿습니다. 물론 그 DNA는 선수들이 흘린 땀에서 비롯되겠죠.”

그는 1시간 동안의 인터뷰 시간 동안 배구 얘기만 늘어놨다. 배구를 대하는 데 있어선 매우 진지한 듯 보였다. 미소도 별로 없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신 감독에게 “성공한 리더로서 꿈을 꾸는 어린이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제야 그는 ‘할아버지 미소’를 보였다.

“전 평생 배구만 알고 살았습니다. 인터뷰를 해도 할 얘기가 배구밖에 없죠. 기사를 보는 어린이들은 조금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웃음) 하지만 여태껏 늘어놓은 배구 이야기만으로도 어린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있어요. 전 인터뷰 내내 수차례 땀을 강조했습니다. 전 18년 동안 팀을 이끌면서 항상 준비했습니다. 초심도 잃지 않았고요. 어쩌면 초등생 시절은 성인이 됐을 때를 대비해 가장 잘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기초를 배우는 시기잖아요? 준비한 사람은 두려울 게 없답니다. 그리고 준비하기 위해 흘렸던 땀은 여러분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출처
http://kid.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01/2012040101057.html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