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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학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가장 보편타당하면서 리더십의 본질을 잘 나타내 주는 정의는 ‘부하들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해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켜 조직이나 부서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리더십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다. 즉, ‘긍정적 영향을 통한 (부하들의) 자발적 추종’과 ‘전략적 사고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것’이다.

자발적 추종이 리더십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가 긍정적 영향을 끼쳐 부하가 자발적으로 추종하는 관계가 형성되지 못했다면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리더와 부하 간 신뢰가 없으면 리더는 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사사건건 간섭해야 한다. 상당한 ‘감시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감시비용이 높아지면 리더는 점점 여유가 없어지고 미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기 힘들어진다. 이러면 시장의 추세나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올바른 전략 방향을 설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부하는 점점 상사의 눈치만 보며 수동적으로 일하게 된다.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만을 하게 되며 부서나 팀의 성공과 발전보다는 내게 어떤 이익이 생길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하는 부하직원이 늘어난다. 직장인들이 가장 고대하는 날이 자신이 모시고 있는 상사가 휴가를 가는 날이라는 설문 결과에 고개가 끄떡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반대로 리더로서 부하들에게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한다면 부하들이 자발적으로 추종하기 시작할 것이다. 자발적 추종이 이뤄지면 리더는 감시와 간섭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 대신 남는 시간을 역량 계발과 미래 전략 구상으로 채워 넣을 수 있다. 만약 이런 수준이라면 당신은 리더십이 제법 있는, 같이 일하고 싶은 리더로 평가받게 된다.

리더십의 구성 요소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리더의 직급 혹은 지위가 올라갈수록 두 요소 간의 상대적 중요성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리더로서의 상대적인 초점은 긍정적 영향을 통한 자발적 추종보다는 전략적 사고와 올바른 방향 설정, 그리고 효율적인 실행을 통한 목표 달성에 맞춰져야 한다. 이를 ‘리더십 전이(轉移)’라고 한다. 리더십 전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위와 그에 따른 책임 및 리더십의 초점이 어긋나 리더로서 성공하기 힘들게 된다.

리더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중요한 일만 챙기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면서 부하직원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최선을 다해 이를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고위직 임원이 된 후에도 매일 퇴근할 때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며 시시콜콜한 업무까지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느라 정작 전략적 사고와 올바른 방향 설정 노력을 등한시한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기업의 고위 임원들은 ‘착한사람병’에서 벗어나야 성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리더의 궁극적인 목표와 책임은 직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게 아니다. 리더가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는 부정적인 방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너무 많은 부작용과 저항이 생기기 때문이다. 리더가 타인의 존경과 사랑에 지나지게 집중하면 인기영합주의에 빠질 공산이 커진다. 표만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어떤 공약이라도 남발할 수 있다는 지금의 많은 정치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이 약속하는 것들의 궁극적 목적은 부하와 타인, 대중의 가치를 증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이해를 높이는 데 있을 뿐이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출처
http://economy.donga.com/3/all/20120412/454555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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