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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된 곳의 전통시장은 외관공사를 해서 겨울에도 장보기 괜찮지만, 아직도 한파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노점도 많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이런 한파가 하필이면 명절 대목에 고객의 발길을 꽁꽁 묶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나저나 경동시장 도로는 항상 막히는데.. 도로를 막아 주차장을 만들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 jamesku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청과물시장. 영하 15.8도의 한파에도 상점들은 방한용 비닐장막을 활짝 젖혀두고 있었다. 손님들이 진열품을 더 잘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길목의 한 과일가게에서는 과일이 얼지 않게 과일상자 옆에 전기난로를 켜둔 상인이 가게 밖에 나와 손님들을 부르고 있었다.

이곳 상인 윤종환 씨(72)는 "대목인데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오전 내내 손님이 5명밖에 안 왔다"고 말했다. 겹겹이 껴입은 옷에 귀마개 등산화 마스크 모자로 무장한 그는 가게 출입문 앞에 앉아 전기난로에 의지하며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따뜻한 가게 안쪽에 앉아 있으면 문을 닫은 줄 알고 손님들이 발길을 돌릴까봐 걱정돼서다. "장사가 안 돼도 쉴 수가 없어요. 이렇게 가게 안에 난로라도 켜놓고 있어야 과일이 안 얼거든요. 춥다고 가게 문을 닫으면 과일 다 못 쓰게 돼요. 물건 팔러 오는 게 아니라 과일 지키러 나오는 거예요."

같은 시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간간이 지나가는 손님을 붙잡는 상인들만 분주할 뿐 활기가 없는 것은 비슷했다. 굳은 표정의 상인들에게 기자가 다가가자 "물건 살 거 아니면 가쇼"라는 쌀쌀맞은 반응을 보였다. 추운 날씨 탓에 생선이 얼지 않도록 가판대에 내놓은 생선상자를 투명 비닐로 덮어두거나 생선을 하나하나 랩으로 싸놓은 가게도 많았다. 상인 김용덕 씨(63·여)는 "작년 이맘때보다 물건이 더 안 팔린다. 날씨가 추우면 물고기가 얼어서 빛깔이 안 좋아지니까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결국 못 팔고 버리는 생선도 늘었다"고 푸념했다. 7년째 이곳에서 일한다는 김성용 씨(27)는 "갈수록 수입이 줄어들고 있지만 특히 올해는 날씨가 더 추워서 다들 마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 대목을 앞두고 전국에 한파특보가 내려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재래시장 경기가 더 얼어붙었다. 겨울 내내 이어진 기록적 한파로 물건이 못 쓰게 되기 십상인 데다 손님들은 실내여서 난방이 잘되는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취재팀이 찾은 서울 영등포청과물시장 노량진수산시장 청량리청과물시장 가락농수산시장 등 재래시장 4곳은 설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이들 시장 인근인 동대문구와 영등포구의 대형마트 2곳이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로 북적인 것과 대조적이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에서 만난 상인 황의선 씨(57)는 "원래 무 하나에 1000원을 받는데 이게 얼어버리면 2개에 1000원에도 판다. 채소를 보관할 수 있는 보온창고는 거의 1000만 원이나 들어 설치하기 어렵다. 최근 무를 100포대 정도 들여왔는데 20∼30포대는 얼어서 버려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 상인연합회 이영규 총장은 "물량은 예년 수준으로 준비했는데 날이 추우니까 물건을 쌓아두기만 하고 그마저도 얼어서 상하게 생겼으니 이중고가 아닐 수 없다. 겨울 내내 한파로 입은 손실을 설 대목에 만회하기는커녕 더 적자를 보게 생겨 상인들의 낙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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