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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21살의 여배우가 17세 소녀를 연기했으니, 내공은 있었나보다.
거꾸로 17세 소녀가 21살의 연인과 같은 연기를 하려했으면 더 힘겨웠을 수도 있다.

- jamesku -


 
 


 
‘흔들의자에 소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져’있었다. 열대엿 살이나 됐을까. 명털이 뽀시시한 소녀였다. 턱 언저리부터 허리께까지. 하오의 햇빛을 받고 있는 상반신은 하얗다. 쇠꽃별처럼.’

박범신의 소설 ‘은교’에서 노시인 이적요는 자신의 집에 흘러 들어온 17세 소녀 은교를 이렇게 묘사했다. 70대 이적요에게 ‘싱그러운 관능’으로 다가와 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소녀 은교. 그 은교가 소설 속에서 걸어 나와 스크린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은교’에서 신예 김고은(21)은 아이같은 천진함과 관능미를 오가며 소녀 은교를 완벽하게 형상화해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지난달 25일 문화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고은은 “요즘 밥도 못먹고 다닌다”며 응석을 부렸다. 적요에게 건네던 말투 그대로였다. 영화에 출연한 후 인터뷰는 기본이고 광고·화보 촬영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우쭐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무덤덤했다.

“제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졌죠.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들떠서 지내진 않아요. 그냥 제가 출연한 영화가 나왔다는게 신기하고 그런 기분을 즐기고 있어요. 얼마나 꿈꿔왔던 길인데, 더디 가더라도 멀리보며 가야한다 마음을 다지고 있어요. 사실 제가 좀 대담한 성격이라 주위를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하지만 아무리 ‘용감무쌍’한 성격이라해도 꽃잎처럼 여리디 여린 스물 한살의 여배우가, ‘전라 노출·정사신’에 쏟아지는 시선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나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로서 자질은 마인드와 깡”이라며 제법 당찬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두려움이 왜 없었겠어요. 배우를 꿈꿀때부터 노출이 부각되는 영화가 아닌 이상, 몸을 사리지 않는것이 맞다고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저는 학생 신분이었고 첫단추를 노출로 시작하는건 꽤 위험했죠. 마음을 다잡고 촬영장에 섰어도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제 ‘깡’을 한번 믿어보고 싶었어요. 감독님과 작품에 대한 확신도 있었고요.”

노출도, 감정 연기도 어려웠지만 그에게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은 소설 속의 은교였다.

소설에서 은교는 되바라진 고등학생 같았고 성격도 모호해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 감독과 끝없는 대화를 나눴고 두 사람만의 은교가 탄생했다.

“소설 속 은교는 환상 속의 인물처럼 대상화 돼있었어요. 하지만 영화 속 인물은 현실이어야 한다는 점은 명확히 해두고 싶었죠. 시나리오 속 은교는 책보다 설득력도 있고 좀 더 성격이 명확해져 제가 연기하기에도 훨씬 편해졌죠.”

그는 의상 하나도 자신이 먼저 챙겼다. 의상팀이 처음 가져온 옷은 너무 튀어 은교에겐 도무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저는 은교를 ‘내쳐진 아이’라고 생각해요. 외면상으론 싱그럽고 사랑스럽지만 엄마에게 맞고 사는 아픔이 있고 옷한벌 살 돈도 없는 아이예요. 그래서 사실 적요가 은교를 더 사랑하게 되는거거든요. 그런데 의상팀이 갖고 온 옷들이 모두 날라리 느낌이 나지 뭐예요. ‘이건 아니다’싶어 무채색에 너덜너덜한 느낌으로 바꿔달라 했죠.”

촬영장에서 그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마음을 다독여준건 정 감독과 박해일이었다. 정 감독은 그가 감정을 잡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최대한 순차적으로 촬영했고, 박해일은 자신이 촬영이 없는 날에도 찾아와 카메라에 익숙치 않은 그를 위해 시선을 잡아줬다.

“박해일 오빠가 제 상대역이라는걸 알았을때 너무 행복했어요. 팬이기도 했고 선배로서도 동경의 대상이었거든요. 까마득한 선배인 오빠가 저한테 일일이 다 맞춰주는걸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사실 제일 힘든건 8시간씩 분장을 한 해일 오빠였는데 저 편하게 해주려고 무척 애를 쓰셨어요. 저도 이 담에 후배가 생기면 꼭 그렇게 할거예요.”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503MW075810159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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