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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되어도 청춘에 대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에 동감한다.
하지만 연륜과 인생의 드라마를 모두 가져본 사람으로써,
사리사욕을 위해 남의 인생을 망치는 행동은 삼가해야 한다.

- jamesku -

 

 

서른 여섯의 배우 박해일이 70대 노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70대 노시인과 제자, 그리고 17살 소녀 은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은교’에서 박해일은 천재시인 이적요 역을 맡아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길이와 깊이를 훌쩍 뛰어 넘는 ‘마술’을 보여줬다. 매 작품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이지만, ‘은교’에서의 변신은 놀라움을 넘어서 충격적이었다. 박해일이 왜 감독들 사이에서 ‘믿음’을 주는 배우로 꼽히는지에 대한 답은 ‘은교’ 안에 있었다.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박해일은 나이보다 훨씬 앳된 모습이었지만 눈빛 만큼은 호수처럼 깊어져 있었다.

“70대 노인을 다 털어내지 못한 모양”이라 했더니 “어떻게 훅 빠져나오겠나. 몸 상태는 청년이지만 생각이나 의사 전달 같은게 예전보다 좀 더뎌진 것 같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정지우 감독이 박해일에게 손을 내민 후,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영화의 원작 ‘은교’에 파고 들었다. ‘실제 70대 배우가 해도 될 것을 왜 내게 맡겼을까’하는 의문이 생겼고, 감독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때부터는 마음속 호기심이 자꾸만 몸집을 늘렸다. ‘선택’외엔 다른 길이 없었다. 이 때부터 하루 최소 8시간 이상을 특수분장에 자신을 내맡겨야 했고 ‘노인이 되자’ 작정했다.

“노인의 외양은 특수분장①의 몫이었죠. 스태프들이 문학인·예술가들의 사진, 노인 분장한 할리우드 영화 사진을 건네줬고 전 저대로 탑골공원에 가서 노인들의 모습들을 관찰했어요. 결국 ‘적요(寂寥)’라는 필명처럼 세상에 침묵으로 대응하며 자신 만의 울타리를 치고 사는 예술인의 모습으로 접근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도덕적 잣대에 엄격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물일수록 은교의 ‘싱그러운 관능’에 빠져드는 건 순식간일테니까요.”

소설 속 적요가 스크린 속으로 걸어 들어간듯 박해일은 손짓·걸음걸이·눈깜빡임까지 70대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은교를 만나고 난 뒤 흔들리는 적요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은교’는 인간의 욕망과 질투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나이듦과 청춘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이 영화를 통해 늙는다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 것이며 청춘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 노인들에게도 사그라들지 않는 내면의 청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렇담 제 무모한 도전도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전작‘활’은 그에게 지난해 대종상 영화제와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안겨줬다. ‘보람’이야기가 나온 참에 “‘은교’를 통해 ‘활’못지 않은 보상을 기대하느냐” 넌즈시 물었더니 “어떤 영화든 조금씩 뭔가를 얻어가는게 다행”이라 했다.

“원작이 있는 ‘은교’를 작업한 후 영화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죠. 방대한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최초의 매체’ 소설에 좀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 영화를 본 뒤 그 이상의 것이 궁금해서 원작을 찾아간다면 영화는 작품 이상의 소임을 한 것이라고 봐요.”

그의 말처럼 영화 ‘은교’는 원작과 비교 당하는()것이 숙명일 터. “딴건 몰라도 은교 캐릭터만큼은 (영화가 더) 잘 빠진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김고은이 맡은 은교는 소설보다 영화 속에서 살아 팔딱댔다.

70대 노인을 삶을 살고 30대로 다시 돌아온 느낌은 어떨까. 그도 극중 이적요 시인처럼 친절한 설명 대신 딴청을 부리듯 답했다.

“촬영을 끝내고 쉬고 있는데 감독님이 제게 문자를 보내셨어요.‘쉬긴 뭘 쉬어 젊었을때 한작품이라도 더해야지. 노인 해봤으니 알거아냐’하고요.”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423MW08392097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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