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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밴드2를 토요일밤에 시청하면서 정말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이 든다.
실력있고 쟁쟁한 밴드들이 총출동하다니, 그에 비해 홍보나 광고는 부족한 편인 것 같다.
프리다칼로가 토너먼트에서 떨어졌을 때, 신대철의 진심어린 미안함을
미개한 나도 동감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 나가수2보다 TOP밴드2가 백배 낫다!

- jamesku -

 

 

[이하는 퍼온글]

출처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945

대중은 죽음의 제단 앞에 모인다. 죽음이야 말로 가장 잔혹한 유희이며 가장 아름다운 비극일 것이다. 꽃이 떨어지듯 가장 화려한 자리에서 영웅은 죽는다. 그 피할 수 없는 숙명 앞에 사람들은 절망을 느끼고 희망을 쫓아 간절함을 가지게 된다. 영웅은 신이 되고 죽음은 신화가 된다.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작년 <나는 가수다>가 거의 신드롬에 가까운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역시 그 안에 죽음의 비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는 기대한다. 모두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단한 전설이라 할 만한 가수들 가운데 오늘은 누가 죽어나갈 것인가? 그 시체 위에 '나가수급'이라는 권위가 만들어진다. 이만한 사람을 죽였고 그래서 이만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 무대에 선다. 제전에 선다.

오히려 네임드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밴드들이다. 비록 마이너이기는 할지언정 최소한 밴드음악을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를 수 없는 밴드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떨어져나간다. 무명의 밴드와 맞붙어 한계를 드러내며 처참하게 시체가 되어 눕는다. 새로운 승자는 영웅이 되고 죽은 영웅은 전설이 된다. <TOP밴드> 역시 전설이 된다. 부당할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운명이라는 것이다. 숙명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TOP밴드> 마니아 사이에서는 작년 톡식과 브로큰발렌타인의 대전이 회자되고 있다. 우승후보들이 생방송 첫경연에서 붙어 브로큰발렌타인이라는 실력있는 밴드가 떨어져나갔다. 아쉽지만 그것이 미련이 되고 아쉬움이 되고 끝내 신앙이 되고 신화가 된다. 만일 이번에도 칵스나 슈퍼키드, 혹은 피아같은 팀들이 일찌감치 2차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면 <TOP밴드>란 제아무리 인기있고 실력있는 밴드도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살벌한 전장이 된다.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죽음을 즐긴다. 하지만 최소한 시즌2에서 <TOP밴드>에는 그런 신화는 찾아볼 수 없다.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었다. 어차피 밴드란 라이브다. 현장이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그것이 밴드의 모든 것이다. 음반은 라이브를 듣지 못하기에 듣는 것이다. 방송이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 충족하는 것이다. 바로 이 순간 누가 더 내가 감동을 주고 기쁨을 주었는가? 나를 놀라게 하고 감탄케 했는가? 네임드라고 해서 반드사 다른 밴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 같은 선상에서 공평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밴드를 누르고 올라갈 만큼의 역량을 지금의 무대를 통해 보여주었는가?

그래서 심사위원이 아닌 오히려 불특정다수의 대중으로 하여금 묻지마투표를 하자는 제안을 했던 것이었다. 이성이 아닌 오로지 그 순간의 직관과 감성으로 판단하자. 어차피 제아무리 신대철이고 김도균이라 할지라도 몽니나 트랜스픽션 같은 밴드를 심사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 그들은 이미 프로다. 각자의 영역에서 이미 굳건하게 쌓아올린 명성과 역량이 있다.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며 즐겨듣는 팬들도 있다. 그냥 단지 대중들에게 그다지 호감을 주지 못해 현장의 열기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탈락한다. 현실을 보여주는 대신 과제도 제시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음악을 심사라는 형태로 재단해버리고 나면 나머지 다른 가능성은 사라져버리게 된다.

놀라움도 사라지고 드라마도 사라진다. 남는 것은 네임드라고 하는 기존의 완고한 권위 뿐이다. 그리고 지루함이다. 저들은 살아 올라가겠구나. 분명 저들은 살아남겠구나. 반전이 없는 드라마처럼 재미없는 것도 없다. 네임드만이 살아남아 연주를 들려주는 또다른 심야음악프로그램이 될 뿐이다. 그럴 것이라면 굳이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띌 필요가 없었다. 아마추어들까지 참가하도록 할 필요가 없었다. 감동은 이름으로 주는 것이 아니다. 실력도 아니다. 그것은 어떤 기적과도 같은 것이다. 음악인이 느끼는 그것을 대중이 함께 느낄 때 그것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 순간 그 기적을 연주해내는 이들이 바로 네임드인 것이다. 하지만 안이한 결론 앞에 그런 설렘이나 기대마저 사라진다. 결과에 대한 궁금함따위 없이 음악만 듣게 된다.

TOP초이스가 너무 많았다. 차라리 탈락한 팀 가운데 구제하더라도 심사위원이 아닌 밴드들 스스로 다시 살려낼 팀을 결정하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어차피 음악을 한다면 모두가 모두의 팬이다. 1위로 통과하는 이들은 심사위원이 결정하되 그 이하 나머지들은 밴드들 스스로가 결정하게 한다. 네임드가 될 수도 있고, 혹은 현장에서 다른 밴드들에게 감동을 준 무명의 밴드일수도 있다. 심사위원이 선택한 밴드와 밴드들이 살려낸 밴드가 맞붙는다. 서사성도 만들어진다. 시청률이 시즌1보다 너무 안나와 시즌3까지는 아무래도 불안하지만 한 번 쯤 고려해봤으면 하는 부분이다.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 등에서도 잦은 패자부활이 시청자의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다시 말하지만 예능이다. <TOP밴드>는 서바이벌이라는 예능의 양식으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예능적인 재미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단지 음악을 들으려 할 것이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면 된다. 케이블TV에도 <이소라의 프로포즈>가 있다. EBS에서는 <스페이스 공감>이 방송된다. 인디밴드들도 자주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다. 그것을 바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설사 초반에 탈락하더라도 서사성과 더불어 화제를 불러일으켜 그들을 대중의 중심에 서게 한다. 실력이 없어 떨어진 것이 아니다. 단지 그날의 컨디션과 운이 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뿐이다.

네임드란 바로 그만한 확신이 들만한 팀이라는 뜻 아니던가. 심사위원들이 그럼에도 끝까지 그들을 살리려 한 이유도 그것일 것이다. 실력을 안다. 실력에 대한 믿음이 있다. 지금은 어떻더라도 언젠가는 분명 최고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더라도 다른 팀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당장 보여준 것이 아닐 수 있지 않은가. 진정으로 프로그램을 살리고 프로그램을 통해 밴드를 알리고자 한다면 제작진 스스로가 조금 더 독해질 필요가 있다. 이번주 방송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은 '칵스'라고 하는 네임드 팀에 대한 신대철의 독설이었다. 어떤 독설이 칵스에게 퍼부어졌을까? 당사자들에게는 굴욕일 수 있지만 대중은 잔인한 유희를 즐긴다.

아무튼 그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번주에도 <TOP밴드>를 보아야 하는 이유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밴드의 역사일 것이다. 미 8군 무대 출신의 '탈밴드'와 인디밴드 1세대인 '프리다칼로', 지난주 출연했던 '해리빅버튼' 역시 크래쉬와 도원경밴드등을 거친 역전의 노장들이었다. 밴드의 역사가 <TOP밴드>를 통해 하나로 만난다. 미 8군 무대가 있던 이태원에서 김도균은 기타를 쳤고, 80년대 중반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헤비메탈의 붐이 일어나며 고등학교 때 이미 스쿨밴드를 결성했던 신대철과 '백두산'과 '시나위'라는 이름으로 나란히 서게 되었다. 시나위가 활동하던 언더그라운드가 인디문화의 모태다. 지금은 홍대가 유명하지만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대학로가 밴드음악의 중심이었고, 그 전에는 전설의 종로 파고다극장이 있었다. 그보다 더 전에는 바로 미 8군 무대가 있었다. 밴드음악의 뿌리다.

아니나 다를까 '탈밴드'에서도 최연장자로 베이스를 치는 김태규씨의 스타일이 꼭 예전 신중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우리에게는 없는 그들만의 감성을 표현하고자 눌린 듯 긁어 표현하던 그 서러움. 전인권이 그로부터 나왔다. 그리고 프리다칼로의 보컬 김현도 그 연장에 있을 것이다. 외국인으로 이루어진 '마그마폴'에게는 너무도 쉬운 그것이 우리에게는 이토록 힘겹기만 한가? 외국의 음악인들을 따라잡고 싶어 김치도 먹지 않고 당시로서는 귀했던 우유만 먹었다는 유현상의 귀여운 고백이 문득 머리를 스친다. 아, 저런 음악도 있었다. 해리빅버튼에 이어 한때 밴드를 쫓아다니던 뜨거움이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만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게 없다.

광고가 완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척 기쁘다. 아마 필자와 같은 오래된 락키드들이 제법 될 것이다. 장미여관과 마그마폴, 해리빅버튼이 화제의 중심에 놓이는 것은 바로 그런 때문일 것이다. 탕아들 역시 그 세대에 어울리는 음악을 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에서 게이트플라워즈 역시 원초적인 록의 사운드로서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어 주었다. 탈밴드에서 어쩌면 <TOP밴드>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의의를 찾게 된다. 프리다칼로의 탈락은 그래서 필자로서도 매우 안타깝다. 하지만 '오르부아미쉘' 역시 암울하기만 하던 한국 밴드음악의 생존자로서 독특한 지점을 들려주고 있었다. 강렬한 록의 사운드에 익숙한 트로트의 멜로디를 실어 부르고자 한 시도는 이미 70년대 말부터 있어왔었다. 오르부아미쉘은 보다 메탈에 가깝고 사이키델릭에 가깝다. 심연의 지옥인 듯 음울한 주문같은 가사가 저릿하도록 들려온다. 내공이 느껴진다.

'몽니'나 '네미시스'야 당연히 잘하는 팀들이었으니까. '로맨틱펀치'가 잘한다고 새삼 감동받을 일도 없다. '내귀에 도청장치'의 3차예선 진출을 짧게 단신으로 처리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와이낫'이 3차예선에 진출한 것이 그렇게 화제가 될 만한 일인가? 바로 그게 문제일 것이다. 잘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놀라움도 감탄도 없다. 그들이 주는 감탄과 감동이란 한결같은 것이다. 오히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것이 눈에 간다. 반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밴드라면 조금만 잘해도 눈이 가고 귀가 간다.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한가? 네임드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면 마참가지로 이름없지만 현장에서 최고의 소리를 들려준 밴드들도 중요할 것이다.

'새드레전드'의 음악은 정말 암울하다. 가슴을 후비는 것 같다. 록이란 원래 슬픈 음악이었다. 록은 블루스에서 나왔다. 오르부아미쉘의 음울함과도 닮아 있다. 떨어진 것이 너무 아쉽다. 하필 상대가 몽니였다. 하긴 네미시스와 로맨틱펀치를 상대하느라 TOP초이스조차 기대할 수 없었던 전기뱀장어는 그 상황 자체가 암울했었다. 결코 음악을 못하는 팀이 아니다. 역시 칵스를 누르고 1위로 진출한 펠라스는 흑인음악 특유의 끈적함을 몸서리쳐지도록 들려주고 있었다. 험백스는 스타일이 그래서 그런지 마치 60년대 개라지를 듣는 듯한 거친 호쾌함이 있었다. 완성도를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음악 자체는 즐거웠다. 아니 음악을 하는 모습이 즐거웠다.

몽니의 일상을 짧게 소개한 부분은 그나마 이번 <TOP밴드> 시즌2에서 가장 성공적인 연출이 아니었던가 싶다. 네임드를 배려한다면 바로 이런 점을 배려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어째서 네임드인가? 그들이 어째서 대한민국 최고의 밴드인가? <TOP밴드>의 토너먼트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올라가 최고의 밴드인 것은 아닐 것이다. 밴드에 대한 소개는 따로 한다. 서바이벌은 오로지 서바이벌로서만 한다. 아쉬움은 그만한 기대가 있기에 하는 것일 게다.

다른 이야기지만 처음 트리플토너먼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필자가 연상한 것은 세 팀이 세 개의 무대에서 동시에 연주하고 순간의 우열을 가르는 그야말로 진검승부였다. 만화에도 나오지 않던가? 록페스티벌에서 각 스테이지의 관객의 수로써 밴드끼리 승부를 겨룬다. 하지만 심사위원이라고 하는 시스템이 어쩌면 더 뜨겁고 살벌했을 그 가능성을 막아버렸다. 음악이란 순서대로 듣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지 않던가? 조금 더 뜨거웠으면 싶었다. 몸서리쳐지도록 살벌하고 마약처럼 짜릿했으면. 지난시즌에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그것이 아쉽다.

김도균의 친근함을 이해한다. 신대철의 눈물에도 공감한다. 그렇게 역사는 흘러왔다. 눈물 속에 프리다칼로의 보컬 김현은 시나위에 대한 감사함을 표한다. 그 위에 다시 네미시스든 로맨틱펀치든 몽니든 모두가 있을 수 있었다. 만남이 반갑다. 기쁜 그리움이며 행복한 설레임이다. 즐겁다.

출처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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