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벌써부터 편법을 가르치다니.. 정말 부끄러운 선생님이며 현실이다.

- jamesku -


전국 초·중·고교생 176만여명을 대상으로 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치러진 지난 26일. 충북의 ㄱ여중에서는 시험문제를 일찍 푼 상위권 학생 1명이 자신의 문제지에 답을 커다랗게 쓰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이 답을 그대로 OMR 카드에 적은 뒤 같은 방법으로 정답을 시험지에 큰 글씨로 옮겨 적었다. 답안은 순식간에 반 전체로 퍼져 나갔다. 시험 감독을 맡은 교사는 모른 척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부정행위에 가담한 ㄱ여중의 한 학생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증거사진을 올려놓았다. 경향신문이 일부 문제지에 적힌 답안을 확인한 결과 이 학생이 표기한 답은 정답이었다. 이 학교는 시험 전 '성적향상도가 가장 높은 학급은 에버랜드 리조트로 졸업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곳이었다. 이를 감독·지도해야 할 충북도교육청은 3년 연속 학업성취도 1위를 기념하는 비석을 청사 앞에 세웠을 정도로 일제고사 성적을 중요시해 왔다.

일제고사 당일 일부 학교에서 교사들의 묵인 아래 학생들이 조직적인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학교가 부정과 반칙을 저지르도록 학생을 유도한 것이다.



정답 공유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된 26일 충북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같은 반 학생들과 정답을 공유한 시험지(사진 위)에 답이 크게 표시돼 있다. 풀이 과정을 써내야 하는 수학 서술형 2번 문제의 답도 큰 글씨로 적혀 있다. | 트위터 캡처

대전의 ㄴ초등학교는 일제고사 당일 성적 우수 학생과 부진 학생을 짝짓는 식으로 좌석을 재배치했다. 학교 측이 기초학력 미달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부정행위를 조장한 셈이다.

일제고사 이튿날 중3 학생들이 주 회원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제고사 때 '커닝'이 횡행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담임선생님이 부진아가 안 나오면 피자를 돌리겠다네요. 그러니까 애들이 상의하면서 풀더라고요" "(시험 감독) 선생님 한 분은 밖에 나가기 일쑤였고 남은 한 분은 본체만체했다" "그러는 주제에 학교에서는 과연 도덕 과목을 가르칠 수 있기나 할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대전의 ㄷ초교는 운동부 학생들을 불러 모은 뒤 답안지 작성 '비법'을 지도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일제고사 시험지를 받으면 앞에 나오는 가장 쉬운 문항 대여섯 개만 풀고 나머지는 앞에 푼 답에서 빈도가 가장 낮은 번호를 한 줄로 찍으라"고 안내했다. 학교와 교사가 부정행위를 유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제고사의 존립 근거를 뒤흔드는 것이어서 교육과학기술부의 뒤처리가 주목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해당 학생들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취지인 시험이 단위학교의 교육성과를 측정하는 도구가 되면서 편법과 부조리를 유발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