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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오늘 검찰에 소환됐다.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피내사자 신분이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로부터 언제 얼마를 받았는지, 서울시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다른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없는지, 그리고 이런 돈을 어디에 썼는지 등을 빠짐없이 밝혀내야 한다.
 
박 전 차관에 대한 검찰 조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그와 파이시티, 파이시티의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간의 유착 의혹 때문이다. 박 전 차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시절부터 이 의원 지역구 소재 포스코와 각별한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세탁 등 박 전 차관의 자금을 관리해 준 인물로 지목된 이동조씨가 운영하는 제이엔테크는 포스코 협력업체로 현 정부 들어 매출이 8배 급증했다.
 
박 전 차관은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주요 인사와 정부 정책에 관여함으로써 '왕비서관' '왕차관'으로 통했다. 그의 이런 영향력과 비례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외에도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접대 로비 의혹, 민간인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 사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한 CNK 주가조작 사건 등에서 줄곧 거론된 인물이다. 하지만 그간의 검찰 조사에서는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규명된 게 없다.
 
검찰은 이번에야말로 의지를 갖고 박 전 차관과 관련된 4대 비리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그제 구속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말대로 '뭔가 많이 잘못됐다'는 식이 아닌 잘못된 것들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검찰은 그동안 권력 실세에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간다면 현 정부 임기 내에 적당히 털고 가려 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은 현 정부나 다음 정부에 대한 정치적 고려 없이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는다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 대해서도 대선 자금 조성 연루 의혹 등 추가 비리가 있다면 수사를 확대해야 마땅하다. 이것이 검찰의 실추된 명예와 권위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대통령 임기 말이면 예외 없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참담한 사태를 언제까지 국민에게 지켜보도록 할 텐가.

- 아시아 경제 2012.05.02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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