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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무역수지와 물가지수 통계가 좋게 나왔다. 무역수지는 두 자릿수의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소비자물가는 2%대 상승에 그쳤다. 수출입에서 남는 장사를 했고 물가는 저공비행을 했으니 경제가 잘 풀리고 민생은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통계에 나타난 수치만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통계의 속내를 읽어 보면 '그렇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통계와 체감'의 괴리 차원을 넘어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통계는 착시 현상을 부르고 정책을 오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통계를 근거로 한 정책은 불신을 부르고 일선 경제현장에서는 소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지난달 22억달러의 흑자를 낸 무역수지가 우선 그렇다. 무역수지는 2월 22억달러, 3월 23억달러에 이어 석 달째 두 자릿수의 흑자를 냈다. 불안하던 무역수지가 튼실한 구조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하지만 실체는 축소지향적 무역흑자다. 수출, 수입 모두 쪼그라든 불황형 흑자다.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에는 전년 같은 달보다 4.7% 줄었다. 수입은 0.2% 감소에 그쳤다. 정부는 1년 전 일본 대지진에 따른 '깜짝 효과'와 총선 휴일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하지만 그런 일시적 현상만은 아니다. 올 들어 4개월간 수출이 0.9% 증가에 머물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앞길도 불안하다. 유럽 재정위기, 중국 성장세의 둔화, 엔저 추세, 원유가 고공행진 등이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3월에 이어 2%대(2.5%)를 기록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체감물가와는 온도 차가 크다. 이런 상승률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가 부담이 가벼워졌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복지정책의 효과로 보육시설 이용료 등이 줄며 물가지수를 끌어내렸지만 그 대상과 효과는 제한적이다. 지난해 치솟은 물가로 이미 체감물가는 턱밑까지 차올라 서민의 숨통을 죄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통신비 부담이 줄었다고 하지만 과중한 통신비가 가계의 큰 짐이 된 지는 오래다.
 
통계를 제대로 읽는 정책당국자의 눈이 중요하다. 장밋빛 정책 홍보의 근거로 내세우려 할 게 아니라 현실과의 간극을 냉정하게 짚어낼 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온다.

- 아시아 경제 2012.05.02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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