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화는 이날 막내 구단 NC를 제물로 지긋지긋한 연패의 사슬을 끊는데 성공했다. 개막 후 13연패에서 탈출한 한화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14연패에서도 벗어났다.

한화가 연패에 빠져있는 동안 누구보다도 속앓이를 했을 사람이 김응용 감독이었다.

1983년부터 2000년까지 해태 타이거즈를 이끌며 18년간 9번의 한국시리즈 승리를 일궈낸 김 감독은 그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명장이다.

2000년부터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을 맡은 그는 200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10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감독이 됐다.

김 감독은 2004년을 마지막으로 삼성 지휘봉을 애제자 선동열 감독에게 넘기고 삼성 사장을 맡아 프로야구단 최초의 야구인 출신 CEO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올해부터 한화 사령탑을 맡으며 9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지만 기나긴 연패를 맛봐야했다. '명장'의 체면도 구겼다.

하지만 이날 김 감독은 오랜만에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그는 2004년 10월4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3116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오랜만에 승리를 맛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간의 마음고생 때문이었을까. 방송사와 인터뷰 도중 '명장'의 눈에는 약간의 눈물이 맺혔다.

김 감독은 경기 직후 "한국시리즈에서 이긴 것 같네"라며 껄껄 웃었다.

그는 "첫 경기에서 5-4로 이기다가 마무리투수가 무너져 실패한 후 경기가 꼬였다"며 "늘 1회에 어이없는 플레이가 나와 경기가 꼬이곤 했다. 오늘도 1회에 어이없는 플레이가 나와 한 점도 안줄 것을 3점을 줘서 평소와 마찬가지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감독은 "그래도 바로 따라붙은 뒤 김태균이 투런포를 치고 역전시켰다"며 "송창식도 무리하도록 했다. 2회 정도 던져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던지게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 "1승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 감독은 눈물을 흘렸느냐는 말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말하더니 "울만 했지"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연패를 할 수도 있는데 너무 많이 지니 야구라는 것이 이렇구나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며 "팬들에게 가장 미안했다. 끝까지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미안했다. 팬들을 위해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는 김 감독은 "이래저래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머리도 깎고, 이겨 보겠다고 열심히 했다. 꼬여서 안 풀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선수들이 삭발했을 때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감독 잘못인데 왜 깎나 싶었다"고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렇게 연패를 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한 김 감독은 "오늘 경기를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승리가 확정된 직후 다음 경기를 생각했다"며 승부사 기질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투수들이 잘 막아줘야 하는데 가장 걱정"이라며 걱정했다.

이어 "감독은 전쟁터에 있는 것 아닌가. 1년 열두달을 긴장 속에 살아야 한다"며 앞으로에 대한 각오를 내비쳤다.

연패에 빠진 동안 경기 전 덕아웃에 나오지 않고 두문불출했던 김 감독은 '내일부터 경기 전에 덕아웃에 나오시겠느냐'는 질문에 '허허' 웃더니 "나오겠습니다"고 대답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함께 마음고생을 했던 김성한(55) 수석코치는 "이렇게 1승이 힘든줄 몰랐다. 선수들이 첫 승에 대한 부담이 있어 그것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며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고 기뻐했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