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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줄줄이 떨어진다고요? 그 이유를 찾아야지요

청소년 롤모델의 진로 조언 ② 한국예술원 뮤지컬과정 박칼린 학과장

“그 어떤 자질보다 스스로를 낮추고 노력하는 예의와 겸손부터 갖춰야 합니다.” 오디션 유행에 휩싸여 연예계를 동경하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한국예술원 뮤지컬과정 박칼린 학과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충고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곡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어른들의 시각으로만 청소년 오디션 열풍을 나쁘게 봐선 안 된다”며 운을 뗐다. “오디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연예계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깨달을 수 있어요. 예술인으로 성공하려면 기술보다도 살아 있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청소년기엔 실패할 각오를 하고 도전하는 열정, 남과 소통하며 다양한 문물을 배우는 공부가 필요하죠.”

 

 

한국예술원 뮤지컬과정 박칼린 학과장은 예술교육에 대해 “다양한 공부, 인성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김진원 기자]

-TV만 켜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오고 아이들은 각종 오디션에 줄 서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서울에서 유행하는 머리 모양이 부산에서도 유행하듯, 유행은 특별한 기준 없이 일정기간 떠다니죠. 몸살처럼 유행을 앓고 나서야 내게 어울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깨달을 수 있어요. 오디션 거품이 당분간 계속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도전과 좌절을 경험하는 중이에요. 자신이 연예계에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점검하는 거죠.”

-오디션을 몇 번 봤는지 훈장처럼 자랑하는 청소년이 적지 않습니다.

“오디션 기회가 많다 보니 간절함이 부족해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죠. 장난 삼아 참가하면 탈락될 수밖에 없어요. 열정적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걸음걸이부터 다르거든요.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동경만 하기보다 오디션이라도 보러 다니는 아이가 더 낫다고 생각돼요.”

-오디션에 참가하는 경험이라도 많이 쌓는 게 더 낫다는 뜻인가요.

“열정을 쏟지 않으면 오디션에 합격할 수 없어요. 동시에 실패 원인을 고민하지 않는 아이도 합격할 수 없죠. 불합격이라는 경험을 갖고 더 나은 모습을 위해 준비한다면 장난은 어느새 진지한 목표로 바뀌게 됩니다. 비행 청소년이 돼 방황하거나 연예인 캐스팅 사기를 당하느니 오디션에서 다른 친구들의 열정을 보면서 잠자고 있는 자신의 열정을 깨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연예계를 꿈꾸는 학생들이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 모두가 우등생일 필요는 없어요. 한국은 이변이나 변수, 남과 다른 시각을 인정하지 않아요. 똑같은 공부가 아닌 다양한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학창시절의 3분의 1을 학교에 나가지 않았어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느라 못 간 점도 있지만 부모님이 학교 공부보다 세상을 보는 눈을 더 강조한 점도 배경이 됐죠. 제 부모님은 해외에 갈 때면 반드시 딸들을 데리고 다니셨어요. 여정에 지칠 때마다 엄마는 “칼린, 피곤하겠지만 눈을 뜨고 세상을 보라”며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설명해 주셨죠. 이런 세상 공부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교 숙제와 시험은 반드시 했어요.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해야 한다는 철칙 때문이죠. 예술을 꿈꾸는 청소년이라면 인간으로서의 도리, 기본 책임은 꼭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예술성을 키우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모든 인간에겐 재능과 소질이 있습니다. 이를 언제 어떻게 깨우느냐에 따라 준비된 인재가 되기도 하고 반대가 되기도 하죠.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교육이에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4살 때 조기예술교육을 시작합니다. 예술은 어떤 분야보다도 조기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한국에선 연예·예술의 조기교육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한국처럼 획일적인 입시교육의 틀에 갇혀 있으면 그런 기질을 발견해 키우기가 어렵습니다. 조기교육이 극성스러운 스테이지 맘(stage mom, 예술 조기교육 열성 엄마)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조기교육은 인성과 예술을 함께 가르치는 좋은 스승을 찾아주는 겁니다. 초등학생 시절, 제 어머니는 학교의 허락을 받아 딸들의 수업을 참관했어요. 교사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학습태도와 선생님과의 교감을 살피기 위해서였죠. 학원 수업도 참관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아이의 성향과 강사의 성향이 맞는지, 인성을 중시하는지, 아이의 성장을 두려워하는 강사는 아닌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때론 예술계에서도 제자의 성장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좋은 스승을 찾았으면 아이의 성장단계에 맞춰 적합한 학원을 찾는 것도 엄마의 몫입니다. 쫓아다니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관찰하는 엄마가 되라는 뜻이죠.”

-예술계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데, 귀띔해 줄 비결이 있나요.

“예의와 겸손부터 갖춰야 합니다. 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연습도 하지 않고 불평하며 자신의 편의대로 실력을 판단해 발전가능성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죠. 스스로를 낮추고 노력하는 아이는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나는 내 꿈에 얼마나 진지한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답을 찾았다면 지금부터 앞만 보고 달리면 됩니다.”

성공비법에 대해 그녀는 ‘3일 아니면 100번’이라고 답했다. 그녀가 첼로를 전공하면서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당시 음악선생님은 “칼린, 3일만 진지하게 연습하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그 말씀대로 3일간 최선을 다하고 100번씩 연습했더니 막히는 것이 없었단다. 물론 그 기간엔 어떤 불평 한 마디 없이 전력을 다해 연습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모든 슬럼프가 사라지고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었단다.

김소엽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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