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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일대 합격한 심소윤
힙합 래퍼 활동·스페인어 공부 등 톡톡 튀는 개성으로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최근 미국 예일대 합격 통보를 받은 심소윤양은 외모부터 톡톡 튀는 힙합 래퍼다. 고교시절 교내 힙합 동아리에서 유일한 여성 래퍼로 활동한 그는 “남다른 개성 덕분에 예일대에 합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소윤양(18)은 지난 3월 말 미국 명문 예일대 합격이라는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수시전형으로 조지타운대에 이미 합격한 상태였기 때문에 합격 통보를 받고 더욱 놀랐다고 한다.

“예일대는 워낙 들어가기 힘든 곳이라고들 해서 원서를 낸 사실조차 거의 잊고 있었어요. 사실 제가 SAT 점수도 별로 높지 않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합격증을 받게 돼 정말 기뻤죠(웃음).”

소윤양의 SAT 점수는 2260점. 2400점 만점에서 최소 2300점은 넘어야 아이비리그 명문대 합격이 가능한 현실에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예일대 문턱을 넘은 비밀은 ‘드레스 헤어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촘촘히 땋아 부풀린 독특한 머리 모양에 있는 듯했다. 소윤양은 대원외국어고 내 힙합그룹 ‘트루 스피리츠(true spirits·진실한 영혼)’의 래퍼 출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모아 레게 머리를 했을 만큼 힙합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트루 스피리츠 회원은 한 학년에 여섯 명씩인데, 여성 래퍼는 학교 전체에 저 하나였어요. 점심 시간이나 방과 후에 동아리 친구들과 프리 스타일 랩을 하면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내곤 했죠. 힙합 동아리 활동은 제가 누구인가 발견하게 한 멋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소윤양이 친구들과 함께 쓴 랩 가사에 따르면 그는 ‘언덕길에서 랩을 하며 표를 팔았고/ 앨범 하나 찍겠다고 후원금을 받고/ 교실에서 랩하고 교무실에서 맞고/ 나는 남들이 갖지 못한 추억을 가질 수 있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와 같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수시로 서울 홍대 앞 길거리에서 힙합 공연을 했고, 고3 여름방학 때는 앨범도 만들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쿠바에 있는 한 힙합 다큐멘터리 감독을 알게 된 게 계기가 됐는데, 소윤양은 그와의 교류를 통해 “쿠바의 래퍼든 한국의 래퍼든 자신이 속한 사회의 어둡고 슬픈 부분에 대해 고뇌한다면 얼마든지 음악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예일대에 제출한 에세이에 이런 힙합에 대한 철학과 래퍼로서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았다. 자신이 미국 흑인들의 저항정신을 담은 힙합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랩 속에 그만의 철학과 세계관을 담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도 자세히 소개했다고.

 

“초등학교 때 시작한 스페인어 매력에 빠져 중남미지역학 전공해요”

소윤양의 예일대 전공은 중남미지역학. 초등학교 때 우연히 스페인어의 매력에 빠진 뒤 줄곧 관심을 가져오던 분야다. 당시 미국의 팝스타 크리스티나 아귈레라의 팬이던 소윤양은 그가 남미시장 진출을 위해 스페인어 앨범을 취입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기에 아귈레라가 앨범까지 취입하나 알아보다가 중남미 전체가 스페인어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세계 지도를 보니 스페인어를 쓰는 지역이 정말 넓더라고요. ‘와! 이 언어만 할 줄 알면 이 많은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어린 마음에 투지가 샘솟았죠(웃음).”


초등학교 4학년 때 동국대 의대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몇 주간 미국 뉴욕에 머문 적이 있던 소윤양은 그때 이후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특히 영어는 누구나 다 하는 언어라는 생각에 제 2외국어를 하나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됐다고. 그런 그에게 스페인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당시 그가 살던 경북 경주에는 스페인어 학원이 없었기 때문에 소윤양은 혼자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며 기초를 익혔고, 이후 대원외고 스페인어반으로 진학해 본격적으로 언어를 배웠다고 한다. 고교 재학 중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국제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페루·과테말라 등 중남미에서 온 손님들의 통역을 하며 스페인어 실력을 향상시켰다. 외국어 욕심이 많은 소윤양은 일본어도 학습지를 이용해 혼자 공부하며 수준급 실력을 쌓았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미국 대학 학점을 미리 이수하는 AP 과목으로도 스페인어와 일본어를 포함한 다섯 과목을 들었다.

“SAT를 준비하면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 영어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 주말마다 학원에 다녔어요. 하지만 거기서 배운 건 시험을 치는 요령이었지, 영어 자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진짜 영어 실력은 매일 아침 영자신문을 읽고 에세이를 반복적으로 쓰면서 조금씩 늘었죠.”

소윤양은 “영어를 공부하면서 동시에 스페인어와 일본어까지 3개 국어를 함께 하는 게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내 생각엔 여러 언어를 같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성적이 오른 것 같다”고 답했다. 언어는 알게 모르게 공통점이 있고, 서로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같이 공부하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소윤양은 고교 재학시절 과외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펴는 ‘대원 해비타트 동아리’ 회장을 맡아 3년 내내 강원도 태백에서 집을 지었고, 스포츠를 좋아해서 학교 농구부 매니저를 맡기도 했다. 축구가 하고 싶어 대원외고 축구부에 유일한 여학생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윤양은 “고3 때도 방과 후엔 축구장에 가서 남학생들과 어울려 공을 차곤 했다”며 싱긋 웃었다.

스페인어 학원 한 곳 없는 지방 도시에서 스페인을 향한 꿈을 키우고, 학교 유일의 여성 래퍼로 활동하며, 남학생만 모여 있는 축구부에 가입하기까지 소윤양은 늘 당당했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데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건 언제나 내 결정을 믿고 지지해주는 부모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제게 준 자유와 기회에 대해 늘 감사드리고 있어요.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 대원외고에 진학하기 위해 혼자 경주를 떠났을 때도 부모님은 저를 믿어주셨죠. 학교 근처에 하숙집을 얻어 생활하면서 힘든 때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립심과 책임감이 자란 것 같아요.”

그래서 소윤양의 장래 희망은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대안교육기관을 세우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보다 주위의 요구를 따라가는 편인 것 같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개성과 희망에 맞는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교육기관과 제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끝)

출처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24822&logId=305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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