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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김성경의 자녀교육 이야기
미안함 대신 최선 다하는 모습 보여
함께 있을 땐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

김성경(40) 아나운서는 올해 열다섯 살인 아들에게 무척 관심이 많다. 엄마가 아들에게 관심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는 여느 엄마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학교 성적엔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에 훨씬 더 신경을 쓴다. 아이가 어릴 때도 공부보다 정서 교육에 더 집중했다. 교육학 전공자(홍익대 교육학과 졸)로서 자신만의 뚜렷한 교육관을 고수해 온 김 아나운서의 자녀 교육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워킹맘, 당당하게 주변 도움받아라

워킹맘인 그에게 가장 큰 고민은 '일과 육아를 어떻게 병행할까'였다. 처음엔 둘 다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자신에게 화가 나고 힘들어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갔다. 그는 결심했다. '좋은 엄마가 되려면 나부터 안정을 찾아야겠구나!'

"제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친정어머니, 도우미 아주머니, 아들 친구 엄마 등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아이에게도 '엄마가 항상 널 돌봐주진 못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죠. 전 워킹맘들이 아이 일을 직접 챙겨주지 못한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거나 미안해하지 않길 바라요. 아이에게 엄마가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데서 오는 결핍은 아이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채웠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김 아나운서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엔 늘 아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했다. 설령 야단을 치더라도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다. "아까 왜 그렇게 말(행동)했니? 네 생각을 얘기해볼래?" 같은 질문을 던져 아이의 답변을 유도했다. 아이 말이 타당하면 "그런 줄도 모르고 화내서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사과했다.

김 아나운서는 아이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한번은 "당선되지 않을 게 뻔하니 학교 임원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아이에게 "떨어지는 것보다 도전하지 않는 게 더 창피한 일"이라고 말하며 용기를 북돋웠다. 아이는 그해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다음 학기엔 스스로 먼저 출마하겠다고 나서 학생회 총무가 됐다. 이듬해엔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전 주변에서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냐'고 물으면 '모르겠다'고 답해요. 제 바람보다 아이가 원하는 일을 노력해 이뤄내는 게 더 중요하죠.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정신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게 하라

김 아나운서는 싱글맘이다. 지난 2000년 이혼한 후 지금까지 혼자 아이를 키웠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이혼이 아이 정서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 왔다. 아이가 아픔을 감추기보다 솔직하게 드러내고 받아들일 수 있게 가르쳤다. 그는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하루는 시무룩한 얼굴로 집에 왔기에 이유를 물었죠. 그랬더니 피곤해서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는데 반 아이들이 '너 아빠 보고 싶어서 그러지?'라고 말해 속상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전 아이를 토닥여주면서 마음껏 울게 했어요. 그런 다음, '지금은 네가 아빠 없는 것에 상처를 받지만,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입는다. 넌 그런 상처를 다른 사람보다 조금 일찍 겪은 것뿐이다'라고 얘기했죠. 전 아이가 제 말을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늘 최대한 설명해주려고 노력해요. 아이는 부모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얻거든요."

그는 아이에게 힘든 일이 닥치리라고 예상할 때도 위기를 피할 수 있도록 돕지 않는다. 힘든 일을 겪어봐야 이겨내는 법도 배울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가 팀 프로젝트 과제에서 다른 조원 때문에 나쁜 점수를 받아 왔을 땐 "협업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남도 똑같이 잘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고도 결과가 나빠 속상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다른 조원이 잘못하게 놔둔 것 역시 네 책임이다.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지 한번 생각해보자"고 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이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잖아요. 하지만 살면서 그런 일을 겪지 않을 순 없어요. 힘든 일을 겪지 않게 하는 것보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요령을 가르치는 게 진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12/20120212006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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