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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英 '옥스퍼드 유니언(옥스퍼드대 재학생 토론클럽)'회장 이승윤 부모의 자녀 교육 이야기

지난해 승윤씨(가운데)가 옥스퍼드 유니언 부회장으로 활동할 당시의 모습.

이승윤. 이달 초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일제히 오른 이름이다. 승윤씨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영국 옥스퍼드대 재학생 토론클럽 '옥스퍼드 유니언'의 한국인 최초 회장으로 당선됐다. 올해 나이 스물하나. 옥스퍼드대 정치철학경제학부 2학년이다. 옥스퍼드 재학생의 약 70%에 해당하는 1만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옥스퍼드 유니언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지도자의 산실'로 통한다. 실제로 데이비드 캐머런(46) 영국 총리, 빌 클린턴(66) 전(前) 미국 대통령 등이 옥스퍼드 유니언 출신이다. 윌리엄 글래드스턴(1809~1898) 등 영국 총리 중 유니언 회장직을 역임한 이도 적지않다. 승윤씨를 촉망받는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키운 부모는 어떤 이들일까? 지난 13일, 그의 어머니 정성혜(52)씨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에서 만났다.

◇“최종 선택 맡기되, 스스로 책임지도록 했죠”

승윤씨는 초등 저학년 시절,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 한번 받아온 적 없는 학생이었다. 초등 5학년 때 처음 치른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에선 탈락의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정씨는 초지일관 “아이 의견을 존중하고 아이가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게 한다”는 교육 방침을 고수했다. ‘효과’ 부문에서 그 편이 훨씬 탁월하다는 걸 일찌감치 간파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승윤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냈는데 두 달도 채 못 버티고 ‘다니기 싫다’며 버티더라고요. 과감하게 끊었죠. 학원 레벨 테스트 탈락 후 함께 미국으로 여행 갔을 땐 ‘여기에 좀 더 머물며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기에 두말 않고 방법을 찾았어요. 다행히 현지에 사는 언니의 도움으로 약 4개월간 그곳 초등학교에 다니게 할 수 있었죠. 귀국하더니 자신을 탈락시켰던 그 학원 최상위반에 보란 듯이 들어가더군요.”

승윤씨의 성적이 늘 상위권이었던 건 아니다. 수학 등 좋아하는 과목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나머지 과목은 들여다보는 둥 마는 둥 했다. 들쑥날쑥한 성적표 때문에 아버지 이홍근(56)씨에게 꾸중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도 정씨는 아들을 감싸고 믿어줬다. “승윤이는 전 과목 내신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하는 국내 학교생활을 답답해했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선뜻 동의했고 남편도 설득했죠. 미국에서라면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에서 쉬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유학 직후엔 수학 AP (Advanced Placement·대학과목 선이수제) 코스를 수강했고 금세 고급 과정인 세미나 코스에 돌입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짬짬이 가족 여행… “아이 참모습 찾는 데 제격”

정성혜씨는 인하대 생활과학대학(의류디자인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워킹맘으로 두 형제를 키워낸 그의 자녀 교육 비법은 ‘여행’. “여행 중 아이와 붙어 있다 보면 이전엔 미처 몰랐던 면면을 발견하게 돼요. 승윤이가 초등 2학년 때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는데 가이드를 붙잡곤 질문을 쉴 새 없이 퍼붓는 거예요. 말수 적은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깜짝 놀랐죠. 정치에 대한 승윤이의 관심도 여행 덕에 형성된 것 같아요. 승윤이가 미국에 머물던 당시 9·11 테러가 터졌거든요. 거처에서 불과 20분 남짓한 거리에 (폭격당한) 펜타곤이 있었어요. 워낙 큰 정치적 사건을 목격한 탓인지 몇 달 후 완전히 다른 아이가 돼 돌아왔더라고요.”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이 되려면 유창한 영어 연설 실력은 필수다. 승윤씨는 미국 유학 직후인 고교 시절부터 연설 연습을 꾸준히 해 왔다. “승윤이는 유학 직후 3개월이 지나도록 수업 시간에 입도 뻥긋하지 못했어요. 고민을 거듭하더니 매주 일요일 빈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연설 연습을 하기 시작했어요. ‘교과서’는 존 F. 케네디·버락 오바마 등 미국 유명 정치인의 연설문이었어요. 원문을 내려받아 몇 번이고 흉내 내며 따라 읽었죠.”

정씨는 인터뷰 내내 ‘자립심 키워주는 교육’을 강조했다. “‘엄마표 스케줄’로 아이를 하루 종일 돌리는 건 아이 망치는 지름길이에요. 아무리 어린아이도 고민과 실패를 거듭해야 성장하는 법이죠.”

아버지가 본 '내 아들 이승훈' , '편식 학습' 혼냈지만 믿는 만큼 자라나

이승윤씨와 아버지 이홍근(사진 오른쪽).

승윤씨의 아버지 이홍근씨와는 일정이 맞지 않아 전화로 만났다.
아버지로서 그가 승윤씨에게 특히 강조한 건 원만한 교우관계였다. “승윤이가 초등 저학년 때 빈부 격차가 심한 동네에 살았어요. 하루는 아이가 친구네 집에서 놀다 와선 ‘왜 내 친구는 가난하냐’고 묻더군요. 전 ‘잘생긴 사람과 못생긴 사람이 공존하듯 돈 많은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는 것’이라며 ‘여러 부류의 친구를 고루 사귀는 게 좋다’고 얘기해줬습니다.

형제끼리의 건전한 경쟁도 승윤씨의 오늘을 있게 한 요인 중 하나다. 이홍근씨에 따르면 유학 전의 승윤씨는 동생에 비해 덜 돋보이는 아이였다. 내신 관리까지 철저했던 동생과 달리 좋아하는 과목 위주로 ‘편식 학습’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 다행히 둘의 우애가 돈독해 큰 갈등은 없었다.

이씨는 “자녀 교육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엄연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중심을 잡고 경우에 따라선 엄하게 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생 이상이 될 때까지 참견하는 건 금물이죠. 아이는 부모가 믿는 만큼 성장하거든요.”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18/20120318007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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