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핫뉴스]기아감독 SUN의 진노 "선수들, 버스에서 내려"
경기가 엉망이었을 때, 버스에서 내려서 뛰어서 숙소까지 가는 일화는 김성근 감독책에서도 보았다.
선동렬 감독님, 선수로는 정말 최고의 투수였고, 특히 슬라이더는 거의 예술구처럼 보였었다.
정말 좋아했던 선수였는데..
이종범 내보내고 난 후부터는 약간 실망하고 있음.
- jamesku -
지난 24일 밤 광주구장. 경기를 마친 KIA 선수들이 버스에 오르자 선동열 감독이 진노했다. 선 감독은 선수들에게 "버스를 탈 자격이 없다"라며 하차를 명령했다. 상대팀 관계자와 몇몇 팬들이 보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선 감독의 불호령에 KIA 선수들은 하나 둘 씩 버스에서 내렸다. 그들은 자신의 짐을 들고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그들은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숙소 맹호관까지 걸어야 했다.
◇그날, 무슨일이 있었나?
KIA는 24일 광주구장에서 한화와 경기를 펼쳤다. 상대팀 한화는 4연패를 기록하는 등 팀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았고 KIA는 에이스 윤석민을 내세웠다. 대다수 팬들과 전문가들은 KIA의 승리를 예상했다.
경기는 예상 밖이었다. 윤석민은 5이닝 5실점(5자책점)으로 부진했고 이후 등판한 박지훈, 진해수, 손영민 등 계투조가 불을 질렀다. 선동열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선발축으로 꼽은 박경태는 0.1이닝 동안 4개의 안타를 헌납하며 5실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무려 9명의 투수가 등판해 16점을 내줬다. 중계카메라에 잡힌 선동열 감독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KIA 투수들의 부진을 가만히 지켜봤고 경기 직후 불호령을 내려 선수들의 구보를 명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선동열 감독이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무섭게 꾸짖었다"라고 말했다.
◇SUN의 구보 명령,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
선 감독의 '진노'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일단, 본격적으로 선수단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가 녹아있다. 선 감독은 24일 경기 후 박경태, 임준혁을 2군으로 내려보내고, 다카하시 1군 투수코치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특단의 조치다.
선 감독은 삼성 감독 시절부터 '신뢰의 야구'를 추구했다. 끝까지 투수를 믿으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게 했다. 투수 교체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그 선수의 위기관리 능력을 지켜봤다. 그러나 KIA 마운드의 부진은 계속 이어졌고 선 감독은 여러가지 조치를 진행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한 '구보 명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선 감독은 지난 3월 2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 노히트노런 패배 후 시합조 선수들에게 구보를 명령했다.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에게 따끔한 자극제를 주기 위해서였다. 중도에 버스에서 하차한 선수들은 숙소까지 약 7㎞ 거리를 뛰어서 이동했다. 선 감독의 구보 명령은 효과가 있었다. 구보 이동 후 첫 연습경기였던 3월 4일 LG전에선 KIA가 승리를 거뒀다.
◇KIA 마운드, 어떻게 되나?
선 감독은 늘상 KIA 투수들에게 '투지'를 기르라고 강조했다. 그는 24일 경기를 앞두고 "투수들에겐 자신감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저 타자를 꼭 잡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마운드에 서야한다"라며 자신의 철학을 설명했다. 그러나 KIA 투수들은 감독의 바람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제구력이 무너지자 도망가는 피칭으로 볼넷만 12개를 헌납했다.
앞으로 선 감독은 최일선에서 투수들의 투쟁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고과, 명성을 차치하고 연이은 특단의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IA는 현재 팀 방어율 5.60으로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국보급 투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최고의 투수 조련사'로 꼽히는 선 감독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에 충분한 방어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