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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9

친환경 車 내놓은 폴크스바겐 - 차에 대한 정보 쏙 빼놓고도 계단 이용 늘리자는 메시지로 친환경 기업 이미지 전해
코카콜라의 '우정 자판기' - 친구끼리 도우면 콜라 1개 공짜, 협동하는 모습 영상으로 담아 재밌고 감동적인 이야기 전달

대기업그룹인 코오롱은 올해 초 일일 아르바이트생 500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선발된 젊은이들이 강당에 모여 지루한 교육을 받고 있던 도중, 갑자기 무대 앞에서 흥겨운 뮤지컬 공연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회사 마케팅팀 직원이 나타나 깜짝 선언을 했다. "사실은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게 아닙니다. 취업난에 지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며 열심히 땀 흘리는 여러분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서프라이즈 공연을 준비한 겁니다." 깜짝 공연에 아르바이트 일당과 새해 다이어리까지 선물받은 대학생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번졌다. 이 몰래카메라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10만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왜 이 동영상을 그렇게 열심히 퍼다 날랐을까? 왜 이렇게 조회 수가 높을까? 답은 바로 '이야기'다. 더 정확하게는 '재미있는 이야기' 혹은 '감동적인 이야기'다. 코오롱은 흥미로운 행사를 통해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호응을 얻은 것이다.

정보화시대? 이제는 이야기의 시대!

정보를 공유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소셜 미디어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이제 모든 것을 공유한다. 플리커를 통해 사진을 공유하고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공유하며 포스퀘어를 통해 위치를 공유하는 식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이런 정보 나눔의 시대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모든 공유의 이면에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사진과 동영상, 위치 등을 공유함으로써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어디에 갔더니 뭐가 있길래 이렇게 하면서 저렇게 했다"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내며 그런 이야기에 대한 반응들을 나누며 서로의 존재와 관계를 확인한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시대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이를 두고 "정보화 사회의 태양이 지고, 이야기 중심의 '드림 소사이어티'가 도래했다"고 표현했다.

소셜 시대의 스마트한 기업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영리한 기업들의 마케팅은 이제 '이렇게 훌륭한 제품을 만들었으니 사라!'는 패러다임에서 '우리는 기존 질서에 도전하며 혁신을 꿈꾼다. 우리의 제품은 그런 가치 위에 발을 딛고 서 있다'는 식의 이야기 패러다임으로 진화했다.

폴크스바겐은 연료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엔진 기술을 개발하고 '블루모션'이라고 이름 붙였다. 일반 기업이었다면 블루모션의 특징과 장점을 홍보하는 광고를 신문과 TV에 대대적으로 실었을 것이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이야기로 승부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할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되면 우리가 사는 지구의 오염을 좀 더 줄일 수 있을 텐데'라는 설명과 함께 폴크스바겐은 지하철 역 에스컬레이터 옆 계단을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바꾸고 사람들이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바로 옆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외면하고 즐겁게 피아노 계단을 오르내린다. 이렇게 동영상으로 만들어진 폴크스바겐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 나갔다. 폴크스바겐은 블루모션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좀 더 살 만한 곳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게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소비자들은 주입식 광고 대신 스토리가 있는 마케팅에 열광한다. 이야기가 있는 광고로 화제를 모은 폴크스바겐의‘피아노 계단’(왼쪽)과 코카콜라의‘우정 자판기’. /동영상 캡쳐

어떤 세상을 만드는지 이야기하라

한 개 가격의 동전을 넣으면 두 개가 나오는 코카콜라 자판기. 그런데 동전 투입구의 높이가 3m를 훌쩍 넘어 동전 투입구까지 손이 닿지 않는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사람들이 곁에 있던 친구들과 작전을 짠다. 친구가 허리를 숙이면 그 등을 밟고 올라가 동전을 넣기도 하고 친구를 무동 태워 동전을 넣기도 한다. 이런 번거로운 수고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친구와의 우정을 온몸으로 느끼며 공짜로 얻은 콜라 한 캔. 이 모든 장면이 코카콜라가 미리 준비한 카메라에 오롯이 담긴다. 지난해 칸 국제 광고제 수상작인 '우정 자판기'다. 역시나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객은 이제 스펙(역량)에 감동받지 않는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노력하는 기업의 활동에 눈과 귀를 집중한다. '무엇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떤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가'가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만든다. 이런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이야기'의 전파 속도는 폭발적이며 그에 대한 반응 또한 긍정적이고 호의적이다.

더 나아가 이제 대중은 이야기의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그 이야기들을 즐겁게 비틀고 유쾌하게 패러디한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추구한다는 의미의 인간 본성인 '호모 스토리쿠스'의 21세기식 발현이다. 기업들이 눈여겨 봐야 할 소셜 미디어 시대의 마케팅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재미있는, 혹은 착한 이야기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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