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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할 때 야구공이 터져서 청테이프를 붙여서 쓰다니.. 그리고 시합에서는 새공으로 하면 힘이난다니.. 정말 감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이런 좋은 기사가 널리 알려져서.. 속히 제대로된 후원자가 나타나서 꿈나무들에게 기본 장비와 식비를 제공해주었으면 한다.

- jamesku -




1일 오후 전북 정읍시 이평면 이평중학교. 가로 70m, 세로 60m의 맨땅 운동장에서 흙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꾀죄죄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이평 나가자"를 외치며 훈련 중이다.

몸무게 43㎏부터 84㎏까지, 출신지 울산에서부터 인천까지 팔도 사나이들이 모인 '외인구단'이다. 작년 4월 생겼다. 야구하고 싶어 모였다지만 유망주는커녕 학교 야구부 출신이 아닌 동네 야구와 리틀 야구단 출신의 야구 '루저' 수준이었다. 대부분 가정형편도 좋지 않아 기초생활수급자 6명을 포함해 10명이 한 달 훈련비 50만원을 면제받고 있다. 학교에 영양사가 없어 인근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얻어먹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한때 폐교 위기에 몰렸던 전교생 45명에 야구 선수 35명인 이 학교는 지난달 25일 '제1회 전북도지사배 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호남 야구의 명문 군산중을 12-3, 군산남중을 4-1로 꺾었다. 창단한 지 2년 만에, 공식 경기에 출전한 첫해에 얻은 쾌거다.

이날 잔디 한 점 없는 흙바닥 운동장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초록색 공들이었다. 정확히 청테이프를 감은 야구공들이다.

"실밥이 뜯어지고 껍질이 벗겨진 야구공을 청테이프로 감싸서 다시 써요. 한 달 연습하면 공이 다 망가져서 새로 사야 하는데, 돈이 별로 없어서요. 조금이라도 더 쓰려고 감독님이랑 같이 만들었어요."

이평중 야구부 주장 전태준(15)군이 초록색 공을 집어들어 후배들의 타격 연습을 도우면서 이렇게 말했다. 새 야구공은 보통 1개당 7000원 정도. 하지만 이 학교 야구단은 4000원짜리 제일 싼 공을 쓰면서도 연습 공 1000개 중 200여 개에 청테이프를 붙여 쓰고 있었다. "이걸로 연습하다 실제 시합에서 제대로 된 새 공으로 던지고 치면 저절로 힘이 납니다." 2루수를 맡는 이성민(13)군이 말했다.

'시골 어중이떠중이 야구부', '오합지졸 야구부'.

한동안 따라다녔던 이평중 야구부의 별명이다. 이평중은 작년 치른 전(全) 경기에서 졌다. 0-15(화순중), 0-11(무등중), 1-13(진흥중). 김성혁(41) 감독은 "7회 말까지 경기하는 데 1시간 30분도 안 걸렸다"고 말했다. 연습 경기를 하려 해도 상대팀 감독들이 "이평중이 어디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우승 이후 확 달라졌다.

이평중 야구부는 어떻게 기적을 만들었을까.

김 감독은 "이평중 야구부에는 '강제'와 '폭력' 대신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야구부처럼 정규 수업 후 하루 연습 시간이 6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본인이 싫다면 안 할 수 있다. "자율에 맡기다 보니 초기엔 연습 안 하던 애도 있었어요. 하지만 연습한 동료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걸 보니까 스스로 운동장으로 나오더라고요." 김 감독은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스스로 왜 야구를 하는지 모르는 채 야구를 하면 '야구 기계'가 될 뿐이에요." 이평중 야구부는 매일 취침 전 10분씩 '나는 왜 야구를 하는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기록한다. 3번 타자 광선(15)이는 "잠실야구장, 천만 관중 앞에서, 홈런!!!"이 꿈이고, 우종(14)이는 "뉴욕 양키스"가 꿈이다.

김 감독은 "선수 대부분이 이평중 아니면 야구를 접을 뻔했던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구속이 시속 130㎞가 넘는 최건웅(15)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몸무게가 83㎏이었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누구보다 잘 던질 수 있는데…, 이평이 아니었으면 야구를 포기했겠죠." 건웅이는 군산중 시합에 선발투수로 나서 4이닝 1실점 호투를 했다. 또래보다 왜소한 서명수(14)군은 위장이 굳어 소화가 잘 안 되는 담적병을 앓아왔다. 병이 있는 서군이 갈 수 있는 야구부는 없었다. 7세 때 아버지를 여읜 조준혁(14)군은 어머니·동생과 함께 광주광역시에 살았다. 어머니가 마트에서 일해 버는 100만원 갖곤 생활비도 부족했다. "엄마가 힘든 거 뻔히 알면서도, 제발 야구를 하게 해달라고 졸랐어요. 엄마가 많이 울어서 미안하고 속상했어요. 결국엔 엄마가 (야구 안 시켜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저를 이평중에 보내줬어요." 준혁이는 동네 야구 출신이다.

"지난여름만 해도 파란색 유니폼(군산중)만 봐도 움찔했어요. 하지만 초록 공으로 연습하는 우리도 이길 수 있더라고요." 지난 10월 23일 군산중 경기에서 2개의 장내 홈런을 기록한 김우종(14)군은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조건을 투정 대신 열정과 리더십으로 이겨내고 있는 이평중 야구부는 또 다른 기적을 위해 6일 전국소년체전 예선 1차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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