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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스펙 완전정복]<3> 소설 창작·교내 독서모임 등 꾸준한 문학활동 호평

경남 창원여고 3학년 김나연 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즐긴 ‘문학소녀’다. 김 양은 꾸준한 문학 관련 비교과활동으로 경희대 창의적체험활동전형을 통해 국어국문학과에 최종합격했다.



이가영 경희대 입학사정관

《올해 신설된 경희대 창의적체험활동전형은 내신과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비교과활동과 면접 점수만으로 학생을 선발했다. 비교과활동에 자신 있는 학생들이 몰려 34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전형으로 국어국문학과에 합격한 경남 창원여고 3학년 김나연 양(18)은 일관성 있는 문학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 문학소녀, 학창시절 꿈은 소설가

‘한용기는 방문을 열었다.’

김 양의 창작소설인 ‘가정파괴범’은 이렇게 시작한다. 가정을 파괴하는 건 사회나 무책임한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단편소설이다. 김 양은 고교시절 △바보가 사라졌다 △수리, 수리, 마, 수리 △사라지다 등 창작소설 7편을 썼다.

글쓰기는 중1 때부터 시작했다. 교내 백일장에서 장려상을 받고 국어교사의 칭찬을 받은 게 계기였다. 자신이 쓴 짧은 글을 인터넷 문학카페에 올리기 시작했고, 중2 때는 ‘습작의 정원’이라는 문학 블로그도 혼자 운영했다. 고교시절엔 5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글감을 모았다. 길을 걸을 때도 이야기를 구상하며 200개가 넘는 짧은 글을 썼다.

김 양은 “‘노력이 최고의 재능’이라는 정호승 시인의 말을 가슴 속에 새기며 살았다”면서 “직접 쓴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고 회원들이 달아준 댓글을 선생님 삼아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 ‘진화형’ 수상경력으로 차별화

김 양은 고교시절 글쓰기 관련 교내외 대회에서 11번 수상했다. 그렇다고 김 양이 단지 수상경력이 많아서 합격한 건 아니다. 입학사정관이 높은 평가를 내린 부분은 글쓰기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는 점과 점차 실력을 키워 상위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김 양의 수상경력은 대부분 교내 대회지만 고교 3년 내내 이어져 꾸준히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1 때는 교내 백일장 장려상으로 시작했지만 실력을 키워 고2 겨울방학 때는 제2회 하천문학상(국토해양부 주최·한국하천협회 주관)에서 ‘사라지다’라는 단편소설로 중고등부 최우수상을 받았다.

동아리는 방과후학교 독서토론반인 ‘배움자리 독서회’ 활동 하나에 집중했다. 1학년 때부터 2년간 매주 화요일에 모여 이광수, 양귀자, 이청준 등 40여 명의 한국작가 작품을 읽고 토론하며 국문학도에게 필요한 소양을 다졌다. 소설 ‘당신들의 천국’의 배경인 소록도로 독서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김 양은 “문학관련 비교과활동은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실력을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대입스펙 쌓기에 쫓기며 조급해하지 않아 깊이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스펙보다 중요한 포트폴리오 구성

김 양은 자신의 창작소설과 독서토론회 활동을 두 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제출했다. 많은 학생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에 동일한 자신의 활동경력과 수상내용을 나열하는 데 그친다. 결과적으로 두 자료 사이에 차이가 없는 서류를 내는 실수를 하곤 한다. 하지만 김 양은 두 개의 서류가 상호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구성했다. 포트폴리오에는 활동내용을 담고 자기소개서엔 작가를 꿈꾸는 이유와 국어교사가 되길 바라며 소설가가 되는 걸 반대한 부모님을 설득한 과정 같은 스토리를 소개했다.

면접은 개인면접과 발표면접으로 총 두번을 치렀다. 심층개인면접인 잠재력면접은 10분간 제출한 서류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 소설 ‘완득이’에 대한 생각 등 문학관련 질문을 받았다. 문제는 학업적성면접인 개인발표면접. 30분간 경제와 사회과학지문 2개 중 하나를 골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뒤 5분간 발표하고 5분간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김 양은 횡설수설하며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면접장을 나오는 순간 ‘떨어졌다’고 직감하곤 꿈이 멀어져간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참았던 눈물은 경희대 정문을 나오자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열흘 뒤 최종합격 소식이 날아들었다. 발표면접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개인면접과 문학관련 비교과활동에서 최고 수준 평가를 받은 덕분이었다.

창원=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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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나연 양이 합격한 이유는?

A.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문학적 재능을 키워온 점이 돋보였다. 단편소설을 쓰고 교내 독서토론반 활동 등의 비교과활동에서 문학에 대한 관심과 재능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김 양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에 자신이 문학관련 활동을 시작한 동기와 작가로서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 과정과 발전한 점 등을 잘 표현했다. 2차 면접평가의 학업적성면접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지만, 비교과활동이 우수하고 잠재력면접 결과가 좋아 최종 합격했다.

Q. 김 양의 수상경력은 어떻게 평가받았나?

A. 제출한 상장은 초중고교 시절 통틀어 31개다. 대부분 글쓰기 관련 상장으로, 학교생활에 충실하며 백일장 등 교내대회에서 낸 성과였다. 교내대회에 출전하며 실력을 쌓아 교외대회에서도 수상하는 과정을 좋게 평가했다. 단지 입시를 위한 대외활동이 아닌, 차근차근 실력을 쌓은 결과물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교외활동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과위주의 대외활동에만 치중하고 교내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면 활동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Q. 창의적체험활동전형에는 김 양 외에 어떤 학생이 합격했나?

A. 자신의 전공에 맞춰 일관성 있는 활동을 한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어 여드름 치료패치에 대한 연구논문을 쓰고 각종 과학대회에서 입상한 학생은 생물학과에, 테마파크 명예대사 활동을 하며 테마파크 리노베이션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테마파크개발과 디자인 전문가를 꿈꾼 학생은 관광학부에 합격했다. 또 생활 속 아이디어로 유모차에 수납할 수 있는 가방과 아기목욕을 위한 목욕앞치마를 발명하고, 이를 인터넷 쇼핑몰 사업으로 연결해 성과를 내 경영학부에 합격한 학생도 있다.

Q. 비교과활동 준비 노하우는?

A. 어떤 비교과활동을 했는지 만큼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우수한 비교과활동을 했지만 제출서류에 단지 경험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학생이 많다. 자신이 진학하고 싶은 학과에 맞는 활동을 하고 이를 제출서류에 일관성 있게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적합한 입학사정관전형을 선택하는 것도 전략이다. 창의적체험활동전형처럼 비교과활동 평가에 중점을 두고 선발하는 전형도 있지만 학업성적과 비교과활동을 종합 평가하는 전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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