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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때 가족 찾는 이재민 보며 위치 확인 SNS 개발

[중앙일보] 입력 2012.03.16 00:00 / 수정 2012.03.16 00:00

이해진의 ‘네이버라인’ 8개월 만에 2000만 명 돌파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 국민들의 의사소통 장면을 보고 네이버라인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해진(45) NHN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3월 중순 출장차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직후였다. 텔레비전에는 이재민들이 절규하며 가족과 친지들에게 전화하려 애쓰는 모습이 되풀이됐다. 이재민들은 망 과부하로 통화가 안 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톡과 왓츠앱을 열고 애타게 가족과 친구들을 찾았다.

이 의장은 “며칠째 TV를 유심히 들여다보던 중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결국 소중한 사람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쓰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번뜩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서너 달째 ‘새로운 스마트폰용 소통 도구’를 고민해 오던 차였다. 그는 곧장 일본NHN의 연구진에 “새로운 제품을 하나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해 4월 일본에 모바일 메신저 개발팀을 꾸렸다. 팀원 15명은 매일 야근을 했다.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한 달 반 뒤 ‘네이버 라인’이 탄생했다.

 라인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아이디(ID)만 알면 낯선 이에게도 말을 걸 수 있는 ‘반공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emi-open SNS)’가 아니다. 가족·친구·동료처럼 가까운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 ‘지인 서비스(Closed SNS)’ 방식을 택했다.

네이버 ID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카카오톡처럼 휴대전화 주소록에 입력된 사람을 대화 상대로 추가하는 기능도 넣었다.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며 자신이 어디 있는지 가족·친구들에게 알릴 수 있는 위치 전송 기능도 추가했다.

 팀원들은 라인을 만든 뒤 “반드시 성공할 물건”이라며 자발적으로 번역에 나섰다. 개발진의 국적은 한국·일본·미국·중국으로 다양했다. 그들이 모국어로 번역한 앱을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일본인 연구원은 “일본에는 부모님은 스마트폰, 자녀들은 일반폰을 쓰는 경우가 많으니 일반폰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결과는 대박. 현재 일본 가입자 수가 880만 명으로 라인을 출시한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당초 아이폰용만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안드로이드폰 보급이 급증하자 안드로이드 버전도 내놓았다.

 전 세계에서 라인의 이용자 수는 출시 8개월 만에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톡보다 6개월 빠르다. 28개월이 걸린 페이스북, 26개월이 걸린 트위터보다 세 배 이상 빠르다. 라인은 출시되자마자 스위스·사우디아라비아·대만·홍콩·터키 등 16개국 앱스토어에서 1위에 올랐다. NHN은 이달 초 가입자가 300만 명에 그치고 있는 ‘네이버톡’을 접고 라인으로 통합했다.

 라인의 가세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NHN 출신 선후배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됐다. 최근 이용자 수 4000만 명을 넘어선 ‘대표 선수’ 카카오톡은 이 의장과 NHN을 공동창업한 김범수(46) 카카오 의장이 만들었다. 전(前)네이버 대 현(現)네이버의 대결구도인 셈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서비스 초기에 앱을 내려받는 사람 숫자가 예전보다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경쟁을 환영하지만 실제 사용자 수를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어떤 서비스도 카카오톡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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