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IT]/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영어[펌]

jamesku 2012. 3. 23. 11:47

 

혜민이 추천해준 블로그 게시글이다.
나름 일리가 있는 글이다.

 

http://minjang.egloos.com/tb/2276996
http://minjang.egloos.com/2276996

내가 만약 어떤 소프트웨어 개발팀장이라 가정하고 팀원을 뽑는다면 내가 볼 조건은:

  1. 기초 수학 및 물리 실력: 팀원 중 어떤 녀석이 이런 질문1)하고 있으면 정말로 슬플 것 같다. 좀 심하게 말해서 이 정도 수준이라면 당장 해고할지도 머리를 쥐어 박을 지도 모른다.
  2. 충분한 영어 실력: 기본적인 영어 실력으로는 안 된다. MSDN이나 영어로 된 문서 제대로 못 읽고 덜덜 거리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3. 알고리즘 및 자료구조: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

코딩 경력 따위, C/C++/Java/C# 문법 지식 따위는 한 8~9위 쯤에 랭크될까. (물론 누울 자리를 보고 뻗어야 한다고 당장에 개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위에 언급한 조건을 내세우며 사람을 뽑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건 됐고, 2번, 영어 이야기를 좀 해보자. 쓰고 보니 굉장히 만담이 되어 버렸다 (…)

 

참혹한 현실

나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영어를 못 하고서는 살아 남을 수 없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영어는 길 가다가 “왔썹?” 모 이런 말 하는 능력이 아니라, 테크니컬한 영어 실력, 즉 기술 문서를 오해 없이 정확히 이해하고 기술 문서를 영어로 쓰는데 문제 없고, 무엇보다 영어로 작성된 게시물에서 정확히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유치하게 무슨 네이버로 검색하는 개발자, 구글로 검색하는 개발자, 이런 저질 비유는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 네이버에서 한글로 프로그래밍 정보를 검색하는 건 아니다.

몇 일 전 올라온 Jeff Atwood씨의 블로그 중 “The Ugly American Programmer”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 중 Eric Raymond라는 사람의 글을 인용 하였다. 간단히 의역해보면 아래와 같다.

영어를 모르면 영어를 배워라.

미국인으로서 영어를 원어로 쓰는 사람으로서 나 별로 이런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어. 왜냐면 뭐 문화 제국주의 같은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지. 그런데 영어가 해커 문화나 인터넷에서 공용어로 쓰여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밖에 없어.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친구들도 내가 이런 걸 지적하기를 원해.

1991년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친구들이 모국어로 서로서로 통함에도 불구 영어로 기술적인 토론을 하는 걸 봤어. 이건 영어가 다른 어떤 언어보다 풍부한 기술 용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비슷한 이유로 영어로 된 기술 서적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면 보통 삽질로 끝나.

리누스 토발즈 알지? 이 친구 핀란드 사람인데 주석을 다 영어로 썼어. 그리고 그의 능숙한 영어 솜씨는 전 세계적으로 리눅스 개발자들을 모은데 아주 주요한 역할을 했어.

너 영어 작문 실력이 그저 그렇고 문법도 자주 틀리고 철자도 자주 틀리면, 나를 포함한 많은 해커들이 널 개무시 할꺼야. 비록 조잡한 작문 실력이 반드시 조악한 지적 수준을 뜻하지 않지만, 보통 강한 상관 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어. 영어를 잘 못 쓴다면. 배워라.

솔직히 읽으면서 굉장히 불쾌해졌다. 존나 싸가지 없는 이 거만함에 화가 난다. 마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개념 없이 영어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길을 묻는 미국 관광객을 보는 꼴일까 (바로 이것이 Ugly American).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정말로 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다. 영어가 개판이면 바보 취급 한다는 것은 받아 들여야 하는 사실이다. 이건 내가 3년 정도 미국에서 있으면서 느낀 매우 절실한 사실이다.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그걸 영어로 제대로 표현 못 하면 그건 모르는 것과 같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머리 속으로 정리되어도 그걸 영어로 잘 풀어 설명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당신의 지적 능력에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인의 독특한 영어 실력을 특별한 이해 한다면 “쟤는 영어가 좀 딸려도 머리는 좋을 꺼야” 라고 생각해 줄 수 있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

 

축적된 정보의 양이 문제다

인용한 Jeff Atwood씨의 글에는 또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한 폴란드 개발자로부터 온 메일이라고 한다:

개발툴의 로컬라이징에 대한 Stack Overflow podcast episode 29을 들었어. 내 생각엔 개발 툴이나 문서를 번역 할 필요가 없다고 봐. 내가 볼 때 많은 폴란드 개발자들이 영어로 된 문서나 책을 바로 봐. 그건 번역이 항상 옳지 않거든. 심지어 MSDN 내용에도 오류가 있어.

모든 사람들이 영어로 블로깅하고 영어로 개발한다면, 축적되는 해법은 매우 풍부해질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답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야.

흠. 영어로 블로깅 하라고? 오노~ 뭐 이런 건 차치하더라도 핵심은 간단하다. 영어로 실제 많은 지식이 탄생하고 공유되기 때문에 직접 영어를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다.

폴란드 언어 역시 인도-유럽 어족이라 분명히 한국어-영어 보다는 훨씬 가까운 관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폴란드어로 번역된 문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실은 다소 놀랍다.

Visual Studio를 보니 한글어 버전이 있다. 근데 그걸 깔아 쓰는 건 정말로 말리고 싶다.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당장 삭제하라. 만약 한글로 매우 엉성하게 번역된 컴파일 에러를 만났다고 할 때 어떻게 검색할 것인가? 얼마 있지도 않은 한글로 된 인터넷 문서에서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Jeff Atwood씨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얼마 쓰지 않는 Visual Basic에 대한 정보는 거의 찾을 수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쓰는 C#에 대한 정보는 언제든 찾을 수 있었다라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약 7~8천 만 명에 이르지만 저 북쪽의 동포들을 제외하면 실제 한국어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은 5천만 정도. 우리나라의 개발자 수를 수 십만으로 본다면, 한국어로 축적된 지식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이건 단적으로 블로그 구독자 수로도 가늠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블로그가 겨우 만을 넘는다. 그러나 영어권 블로그에서는 십만이 넘는 블로그가 수두룩하다.

Jeff Atwood씨는 그 글에서 영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사실 상 표준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시도 때도 없이 타국인에게도 영어로 말을 거는 “못난 미국인”이라 할지라도.

 

영어, 영어, 영어!!!

우리나라의 오픈소스 참여율은 그리 높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뭐 마이크로소프트에 종속 되어있니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답은 간단하다. 영어다. 영어가 문제다. 영어가 안되기 때문에 그들 커뮤니티에 끼지 못하고 활발한 참여도 못하는 것이다.

오픈소스는 특히 유럽에서 많은 참여를 하고 있는데, 이건 유럽 자체가 미국과는 다르게 하고 싶다는 속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영어를 우리보다 훨씬 잘하기 때문에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유럽 언어가 영어와 유사한 근본적인 이점이 있다. 그리고 우리 한국어는 일본어와 함께 영어와 가장 극단적으로 다른 언어라는 원초적인 아픔이 있다. 그런데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얼마 전 그리스어로 적힌 웹 문서를 영어로 자동 번역을 해서 읽어보았는데 놀랍게도 매우 쉽게 읽혔다. 그런데 영어 – 한국어의 자동 번역 수준은 익히 잘 알 것이다. 반면, 한국어 – 일본어 번역은 매우 놀랍도록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몇몇 대학에서 시도하는 영어 강의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삽질해보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여기서 일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제발 일본이랑 우리랑 비교하지 말자. 일본은 경제 규모나 인구나 우리와 동급이 아니다. 일본 사람들은 구태여 영어를 안 배워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일본 말을 먼저 배우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하지 않다. 서양인들이 중국어 및 일본어는 배워도 그 누구도 한국말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또 황당하게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니.. 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난 영어 공영어론에 결사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적어도 기술을 다루는 직업군이나 대학교 및 대학원 같은 최상위 고등 교육은 일정 부분 영어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다국적 기업이 많이 진출한 나라는 인도와 중국 그리고 이스라엘이 있다. 이것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단연코 영어가 첫 번째 조건이라 생각한다. 인도는 알다시피 영어가 거의 공용어고 거의 모든 대학에서 의사 소통이 영어로 이루어진다. 중국은 뭐 워낙 쪽수가 많아 그렇다 치고. 이스라엘 역시 헤브루를 모국어로 쓰지만 국민 대부분이 영어를 상당히 잘 한다.

내가 하고픈 말은 간단하다. 치사하고 더럽고 짜증나도 다음의 사실은 어쩔 수 없다.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영어를 잘 해야 한다.

 

p.s. 저는 그래도 우리 개발자들은 코드에 주석을 쓸 땐 한글로 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영어를 너무나 못 하기 때문에…

 

1) 고지식하게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책에 나오는 한 직선과 한 점 사이의 거리를 구하는 공식을 못 외운다고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공식은 얼마든지 까먹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걸 모른다고 해서 게시판에 올리고 답을 기다리는 건 정말로 한심하다. 최소 이 내용이 고등학교 수학 책에 나온다는 사실은 알아야 하고 설사 이 공식 자체를 까먹더라도 남에게 묻지 않고 스스로 답을 구할 수는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화를 내는 것은 이 공식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런 문제 조차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