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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세입자는 무슨 죄가 있다고 전세보증금을 보장받지 못하는지, 납득이 안가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비록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전세보증금은 최우선으로 100%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째서 은행기관등이 1순위가 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 jamesku -
# 반지하 단칸방 사글세를 전전했던 김기수씨(가명·45)는 1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서 번 돈으로 2010년 3월 김포 한강신도시 아파트 전셋집을 구했다.
당시 아파트 매매가격이 2억원이었고 전셋값은 8000만원이었다. 집주인은 은행에서 6000만원의 담보대출을 받았지만 전세보증금을 합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70%미만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에 계약을 했다.
하지만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이 아파트의 매매 시세가 1억4000만~1억6000만원으로 급락하자 김씨는 초조해졌다. 혹시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그는 계약 만기 3개월 전부터 집주인에겐 이사가겠다며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대체 세입자가 없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결국 대출이 많다는 이유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사채를 썼다가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는 지경이 됐다.
현재 경매에 들어간 주택은 1회 유찰돼 2회째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감정가(1억5000만원)의 약 70% 선에 낙찰되더라도 낙찰금액은 1억500만원에 그친다. 이 경우 김씨는 선순위인 담보대출 우선변제 후 남은 금액이 4000만원대밖에 되지 않아 전체 보증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김씨는 요즘 일도 손에 안잡히고 억울해서 눈물만 나온다. 그 돈을 받아도 어디 가서 전세방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10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고 다시 '반지하 단칸방 사글세' 신세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깡통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간 세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계약이 앞서 설정된 금융권 근저당에 비해 후순위여서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수도권 전세주택 가운데 깡통주택비율이 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추세대로 집값이 더 떨어지고 전세금이 오르면 깡통주택비율은 더 늘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대되고 있고 최근 2~3년새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집주인보다 세입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담보대출이 있는 전세 물건은 찬밥 신세다. 김씨의 사례처럼 자칫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질 수 있어서다. 집주인들도 세입자들을 구하기 위해 전세금을 낮추고 있다. 같은 아파트라도 담보대출 유무에 따라 1억원 이상 차이를 보이는 단지도 있다.
14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84㎡(이하 전용면적) 전셋값은 6억7000만~7억2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대출한도를 채운 경우 6억원 안팎에 나와 있다. 최대 1억2000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물건을 찾는 이는 극히 드물다. 도곡동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출이 많은 물건은 아무리 싸게 전세를 내놓아도 나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출여부가 전셋값을 결정하는 현상은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경기 분당 정자동 '상록우성' 69㎡의 경우 1억1000만원의 대출이 있는 물건의 전세가는 2억3000만원인데 비해 대출없는 경우 3억1000만원을 넘는다. 정자동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최근에 전셋값을 결정하는 요소는 면적이나 방향·층수가 아니라 대출금액"이라며 "대출이 전혀 없는 아파트 전세는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약간의 대출은 안전하다"며 세입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용인 풍덕천동 인근 L공인 관계자는 "2004년 입주한 '태영데시앙1차' 84㎡는 대출이 1억원 정도 있지만 전셋값이 1억8000만원이어서 안전하다"고 소개했다. 대출금의 120%를 산정하는 채권최고액과 전셋값을 합치면 3억원으로, 주변 시세(3억7000만원)의 80% 선이어서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저당이 과도하게 포함된 집은 계약시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증금 몇 푼 아끼려다 모두 날릴 수도 있어서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전세금과 담보대출금이 시세의 70%를 초과하면 보증금 환급이 위험할 수 있다"며 "LTV(담보대출비율)가 70%를 넘는 경우 위험주택으로 분류되고 있어 이같은 전셋집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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