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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길을 지나다가 이런 현수막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광고를 그대로 믿지도 않지만, 고개가 갸웃뚱해지고 속사정이 궁금하기도 했다. 점점 사기도 지능화되고 현혹하는 방법도 날로 새로워져서 참 경계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이런 공익성 기사들은 널리 알려져야 한다.

- jamesku -




최근 인천·김포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수막 문구다. 손에 1600만원만 쥐고 있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긴데, 이것에 혹해 덜컥 계약을 했다간 빚더미에 올라앉는 '하우스푸어'가 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현수막에 적힌 전화번호로 문의를 해 본 결과 분양 관계자는 "인천 서구 왕길동 '검단자이' 84.74㎡(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계약금 1600만원만 있으면 바로 입주를 할 수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GS건설이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계약금 정액제(1600만원)를 실시하고 잔금 20%도 1년 납부 유예 조건에서 2년으로 늘리는 등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실입주금의 함정이 있다. 집값에서 실입주금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입주자가 대출을 받아 충당해야 한다. 실입주금이 적다고 아파트 분양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차액만큼 대출을 받아 채워 넣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검단자이' 84.74㎡의 경우 분양가는 3억5800만원이었지만 현재 미분양은 할인해서 2억8000만원에 거래된다. 일단 계약금을 낸 후 아파트 담보인정비율(LTV)인 60%(1억6800만원)까지 대출을 받아 살면 된다는 게 분양관계자의 설명이다. 잔금 20%(5600만원)은 2년간 유예되며 나머지 4000만원은 GS건설이 납부기한을 연장시켜주거나 할인을 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주자는 대출이자를 연 4%로 가정했을 때 매달 56만원씩 이자를 내야 한다. 2년 후에는 잔금 납부뿐 아니라 대출 원금도 갚아야 한다. 지금처럼 아파트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원금 상환에 대출 이자 부담 때문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검단자이'의 또다른 분양관계자는 "GCF(녹색기후기금)이 인천에 유치돼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고 파격조건 분양을 하다 보니 입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반드시 사무실에 들러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면서 계약을 재촉하기도 했다. GCF가 유치된 인천 송도와 정반대에 위치해 있는 검단신도시를 같은 지역 호재로 과대포장한 것이다.

이처럼 금융 대출을 최대한 많이 뽑아 한도까지 책정한 다음 나머지 잔여금액을 기준으로 실입주금인양 광고하는 미분양 단지가 적지 않다. 초저가실입주금, 잔금유예, 에프터리빙제 등을 내세우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 판촉이 대부분 이같은 방식이다. 인천 검단신도시뿐 아니라 김포 한강신도시를 비롯해 경기 용인, 일산신도시, 파주, 남양주 등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도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가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분양업자들이 '무조건 대출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하지만 '빚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양수 에이플러스리얼티 본부장은 "아파트뿐 아니라 어떤 제품이든 싸게 나온 물건은 하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실입주금이 낮을수록 본인에게 돌아오는 금융이자 리스크는 훨씬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잔금유예의 함정도 조심해야 한다"며 "잔금유예로 등기가 이뤄지지 않고 살다가 자칫 건설사가 망하면 아파트를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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