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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두산 전 감독님과 김성근 SK 전 감독님이 이끄는 
꿈나무(?) 선수들의 팀이 무척 궁금하다.
언제 관람하러 가야겠다!

- jamesku - 



프로야구 2군 리그 10일 개막
창원 NC다이노스-고양 원더스의 땀과 꿈



스윙을 몇 번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손에 못이 박여 살점이 뜯겨 나간 자리에 다시 굳은살이 오른다. 창원 NC다이노스 선수의 왼쪽 허벅지 부위 유니폼은 이미 누빈 지 오래다. 거듭된 슬라이딩 때문이다(위쪽 사진). 수도 없이 공을 받아내면서 왼쪽 엄지손가락은 글러브 안에서 기억할 수 없을 만큼 꺾이고 뒤틀렸다. 그래도 쉴 수는 없다. 고양 원더스 선수가 손가락을 붕대로 칭칭 동여매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오늘도 시작이다. 기다려라 프로야구야. 창원 NC다이노스·고양 원더스 제공

《 2012년 시즌 프로야구가 7일 개막한다.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김태균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야구팬들은 벌써부터 가슴이 방망이질 친다. 그런데 야구팬보다 훨씬 더 맥박이 고동치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야구단 창원 NC다이노스와 독립야구단(한국야구위원회에 소속되지 않은 프로구단) 고양 원더스 선수들이다. 다이노스는 올해 프로야구 2군리그인 퓨처스 리그에서 100경기를 치르고 내년 정식으로 1군 무대에 올라갈 예정이다. 원더스는 올해 퓨처스 리그에서 번외로 48경기를 치른다. 야구에선 고통과 쾌감이 함께한다. 슬라이딩을 보라. 몸을 흙바닥에 내던질 때는 아플 것을 뻔히 안다. 그러나 한 베이스를 진루했을 때, 안타가 될 공을 잡았을 때는 아픔보다 즐거움이 훨씬 크다.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가 희비쌍곡선을 타고 있는 두 팀의 선수들을 만나봤다. 퓨처스 리그는 10일 시작된다. 이들에게는 개막까지 D-3이다. 》

○ 바람이 분다

“어제 김경문 감독님이 아침에 비가 그칠 거라고 하셨어요.”


다이노스 최현 홍보팀장이 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허를 찌르는 작전을 구사해 금메달을 거머쥔 김 감독의 ‘예측’대로 동틀 녘까지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쳤다. 3일 오전 9시,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는 다이노스가 올 한 해 무사히 경기를 치르게 해달라는 고사(告祀)가 예정돼 있었다. 문제는 심상치 않은 바람. 휙 돌풍이 불더니 내야에 차려놓은 제상 앞 간이 천막이 뒤집혔다. 구단 운영팀 직원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고사가 시작되면서 바람이 일순 잦아들었다. 이태일 구단 대표가 술을 올리고 절을 올리자 선수 60여 명이 눈을 감고 목례를 한다. 18∼33세의 젊은이들 표정이 엄숙하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다이노스가 지명한 20여 명 이외의 선수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혹은 군복무를 마친 뒤 받아주는 프로구단이 없거나, 프로구단에서 방출된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야말로 사연 없는 선수가 없다. 고려대를 졸업한 이철우(23)는 “프로구단에서 지명을 못 받았을 때의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박승호 수석코치가 김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실내에서 체력단련하기가 너무 아까워서 야외 훈련을 하겠습니다.” 궂은 날씨 탓에 오전 일정을 근육강화 훈련으로 잡았는데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나자 코치진도 선수들도 욕심이 생겼다. 바람이 다시 일었지만 아랑곳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타격, 투구, 수비 연습에 들어갔다. “과감할 때는 과감해야 돼.” “안 돼, 안 돼, 집중해!”, “괜찮아, 괜찮아.” 공을 던져주고 자세를 잡아주는 코치진은 쉴 새 없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선수들은 서로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투수들이 공을 뿌릴 때마다 입에서 ‘악’, ‘윽’ 소리가 새 나온다.

점심시간이다. 구장 안의 아직 정비가 덜된 식당에서 감독, 코치, 선수들이 접시에 밥과 반찬을 받아 함께 먹는다. 이날은 생선가스, 돼지고기볶음, 김치, 겉절이, 해물탕과 우유가 나왔다. 김종문 운영팀장은 “야구 명문대 출신들은 ‘대학 때 먹던 것보다 나을 게 없다’고 한다”며 “차차 음식의 질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점심을 먹자마자 선수들이 다시 구장으로 나간다. 휴식은 사치로 생각되나 보다.

오후 훈련이 평소보다 30분 일찍 끝났다. 팀에서 선수들의 마음에 평정을 주기 위해 흔히 멘토라고 부르는 이른바 ‘스피릿 코치’를 초빙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서울대 김난도 교수다. 김 교수가 “연습하는 자와 저축하는 자는 지지 않는다”며 “죽어라고 연습하세요”라고 할 때 선수들은 시큰둥하다. ‘누구보다 연습은 뒤지지 않았다’는 얼굴들이다. 하지만 ‘슬럼프’를 얘기하자 다들 시선이 김 교수에게 집중된다. 그가 “슬럼프라고 생각하는 게 사실은 게으름을 피우는 거다”라고 말하자 누구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구는 고개를 갸웃한다.

최고참 정성기(33)는 10여 년 전 미국 프로야구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스카우트됐었다. 복잡한 개인사가 얽혀 비록 메이저리그에 입성 못하고 초라하게 귀국했지만 지금은 평온하다. “제 인생이 슬럼프였죠.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모두들 야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야구를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의 바람이 야구장을 가득 채운다. 바람이 분다.

○ 실패자들, 반란을 꿈꾸다

최근 한 케이블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컬트레이너 이찬미 씨가 현직 가수 강미진 씨와 한 무대에 올랐다. 둘 중 하나만 생방송에 진출한다. 박빙의 노래 승부가 펼쳐졌고 기립박수가 터졌다. 이 씨가 졌다.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 그가 남자친구에게 외쳤다.

“떨어졌다. 다시 시작이다!”

지난해 12월 13일 코치진, 선수단과 첫 미팅을 가진 김성근 원더스 감독이 처음 꺼낸 단어는 ‘실패자’였다.

“여기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모두가 실패자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방법이 잘못됐던 것뿐이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로부터 100일 남짓. 투수가 던진 공에는 힘이 넘치고, 타자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았다. 서로를 독려하는 ‘파이팅’이 커졌고,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가 이어진다. 무엇보다 눈빛이 달라졌다. 김 감독은 “의식이 개조된 덕분”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원더스 홈에서 열린 경찰청과의 연습경기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경찰청은 지난해 7할에 가까운 승률로 퓨처스 리그를 평정한 강팀이고, 선수들도 대부분 군복무 해결을 위해 입단한 프로야구 1군 출신. 전력상 한두 단계 위의 팀이다. 원더스는 시작하자마자 위기를 맞았다. 선발투수 이한별(22)이 안타 두 개와 볼넷 하나를 내주며 노 아웃에 2점을 내줬다. 하지만 포수 교체라는 강수를 둔 원더스는 더 실점하지 않았고, 이후 투수전이 전개됐다.

경찰청 투수진에 철저히 눌리던 원더스 타선은 8회에 1점을 따라붙고 2사 만루 찬스까지 잡았지만 추가 득점을 못했다. 1 대 3 패배. 전날 8 대 13으로 진 데 이은 연패였다. 그러나 선수들이나 코치진의 표정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사실 전날도 3회 초까지 6 대 1로 앞서다 역전패를 당했다. 경찰청 유승안 감독도 “원더스를 만만하게 봐선 안 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원더스가 처음부터 이런 실력을 보인 건 물론 아니다. 프로야구단에서 방출된 야수, 미국 독립야구단을 떠돌던 포수, 대학 졸업 후 야구를 포기할 뻔한 투수로 이뤄진 원더스는 자신감이 부족했다. 자기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오합지졸이었다.

반전의 계기는 갑작스레 왔다. 일본 고치(高知)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2월 20일, 일본 독립리그 만다린 파이러츠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2 대 4로 끌려가던 7회 초 무사만루의 위기. 현지에서 합류한 일본인 용병투수 고바야시 료칸(33)이 원더스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무실점.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양 마운드로 몰려가 기뻐했다. 마침내 하나가 된 것이다. 경기는 9회 말 터진 솔로홈런 두 방으로 순식간에 동점.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끝내기 안타가 나오면서 원더스는 거짓말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팀의 첫 승이었다. 김 감독은 “그날 이후로 실력이 한 단계 올라왔다”고 말했다. 12월의 1차 전주 캠프, 1월 중순부터 시작된 2차 고치 캠프의 단내 나는 훈련성과가 드디어 가시화한 것이었다.

실패자들의 유쾌한 반란은 시작에 불과했다. 일본에서 연승을 달리며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한 원더스는 국내 프로야구 2군 팀과의 경기에서도 대등한 모습을 보였다.

▼ 승부 세계는 동물의 왕국… 근성 살리면 대성할 재목 많다 ▼
 
○ 웰컴 투 동물의 왕국

고양 원더스와 NC다이노스가 경기 고양시와 경남 창원시의 각 구단 홈구장에서 시즌 개막을 준비하는 막바지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하늘로 뛰어오른 원더스 선수들(위쪽)과 한 걸음이라도 더 달려 나가려는 다이노스 선수들의 표정에 자신감이 넘친다. 고양=김미옥 기자 salt@donga.com·NC다이노스 제공

잔디가 깔리지 않은 구장에 흙먼지가 인다. 굉음이 나더니 곧 있을 진해군항제에서 에어쇼를 펼칠 공군 전투기 편대가 다이아몬드 형태를 유지하면서 창원시 진해공설운동장 야구장 위를 낮게 선회한다.

4일 오전 10시, 이곳은 다이노스의 잔류군, 말하자면 2군 선수 30여 명의 훈련장이다. 수비 연습을 하는 내야수들에게 박영태 잔류군 감독이 볼을 쳐주면서 뭐라고 말하지만 비행기 소리에 묻히고 만다.

“‘이영민 타격상’ 받았어도 잘하기 힘들어.” 곁을 지나가는 장종철 잔류군 매니저가 한마디 했다. 이영민 타격상은 그해 고교야구 타자 중 타율이 가장 높은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다이노스에 지난해 타격 1, 2, 3등이 모두 들어왔고, 그중 2, 3등은 잔류군에 있다. 고교 때까지 난다 긴다 했던 선수들이 잔류군에 적지 않다. 한 선수가 기량이 늘지 않자 코치에게 말했단다. “청소년대표까지 했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그 코치가 대답했다. “여기 너 말고도 그런 선수들 많다.”

유격수 박기민(24)은 풀이 죽어 보였다. 1군에 소속돼 마산운동장에서 훈련하다 전날 내려왔다. “너무 힘들다”고 했다. 다이노스는 올해 1월 미국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갈 때 사실상 1군과 잔류군을 나눴다. 한국에 남는 선수들이 잔류군이었다. 박 선수도 남았다. 하지만 50일 동안 열심히 했고, 애리조나에서 1군이 돌아오면서 바로

1군에 진입했다. “그런데 주눅이 들더라고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어요.”

이날 잔류군의 점심은 햄버거. 평소에는 마산의 숙소에서 밥을 실어왔지만 진해군항제 때문에 차가 막힐까봐 햄버거로 바꿨다. 컨테이너 박스

2개가 식당 노릇을 한다. 그런데 박 감독의 말은 약간 달랐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봐야지.”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 우승 멤버인 박 감독이 보기에 잔류군 선수들은 아직 절박함이 부족하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그냥 흘러온 거예요. 아픔을 크게 느껴보지 못했어요.” 1군에 올라가려고 아등바등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기민 선수는 그의 아들이다. 하지만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 진해에서 마산으로 돌아오는 길, 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마산야구장에서는 오후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치고, 달리고, 받고. 기본의 반복, 반복이다. 김경문 감독은 “어쭙잖게 영어를 쓰자면 ‘Practice makes perfect(연습이 완벽을 낳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승부의 세계는 동물의 왕국이에요.” 이 세계에 ‘내 자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유니폼을 입으면 절대 약점을 내보이면 안 돼요. 그리고 쓰든 달든, 검정이든 노랑이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야 버팁니다.” 동물의 왕국에서 ‘고만고만한’ 것은 언제나 희생양이 된다.

저녁을 먹은 잔류군 윤문영(22)이 방망이를 들고 숙소 옥상으로 올라간다. 원룸 빌딩 전체를 구단에서 세를 내서 선수 30여 명의 임시 숙소로 쓰고 있다. 이미 몇몇 선수가 옥상에서 스윙연습을 하고 있다. 윤 선수는 원래 포수로 지명됐지만 잔류군에 와서 1루수로 변신했다. 적응하기가 수월치 않다. “대학 때 꿈이 무조건 프로야구 선수였다면 지금은 야구를 오래 길게 하는 게 꿈이에요. 그러려면 잘해야겠죠?” 방망이가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 패자부활전에도 팬들은 있다

원더스 주장 서창만(28)은 2006∼2007년 SK 와이번스의 신고 선수였다. 방출 후에도 초등학교 코치 등 야구 주변을 맴돌던 그가 4년 만에 현역에 재도전한 이유는 간단했다. 야구가 하고 싶어서였다. 이달 말이면 아빠가 되는 그는 “첫째 목표는 경기를 뛰는 것”이라고 했다. 한때 115kg까지 나가던 몸무게는 팀에 합류하고 한 달 만에 97kg이 됐다. 그는 정작 SK에 있을 때는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직접 지도를 받아 행복하다며 웃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유세영(29)은 야구할 곳을 찾아 텍사스, 애리조나, 시카고 등 미국 내 독립구단은 물론이고 멕시코리그까지 문을 두드렸다. 중요한 순간마다 그의 발목을 잡았던 건 부상. 지난해 6월 한국에 처음 와 새로운 기회를 찾던 그에게 원더스는 마지막 희망이다. 유세영도 말했다. “가장 큰 목표는 야구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일본에서 뛰었던 선수도 있다. 제주 태생인 오두철(27)은 고등학교 때 일본으로 유학을 간 뒤 오사카의 한 대학에 진학했다가 2학년 때 중퇴했다. 2, 3년 동안 방황하다 군대를 다녀온 그는 지난해 야구에 재도전하러 일본 독립리그의 ‘서울 해치’ 팀에 들어갔다. 9월 말 귀국한 그에게 원더스 창단은 한 줄기 빛이었다. 한국에서의 첫 도전에 그는 인생을 걸어볼 작정이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외국인도 있다. 일본 명문 주니치 드래건스의 배팅볼 투수였던 고바야시. 대만 프로리그에서 10승 투수로 활약한 그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고양에 왔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대만 야구를 경험한 타일러 럼스덴(29·미국)도 마찬가지다. 박상열 투수코치는 “야구 하고 싶은 사람이면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누구에게라도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구단이라고, 프로가 아닌 독립구단이라고 팬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원더스를 응원하는 팬카페는 벌써 회원이 1000명에 육박하고, 구단 페이스북 친구도 6000명을 넘어섰다. 주말에 연습경기가 열리면 400석 규모의 관중석이 모두 찬다. 고양시는 원더스의 홈 개막경기가 열리는 27일까지 관중석을 1000석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평일이던 지난달 30일에도 팬 수십 명이 응원하러 왔다.

신소영 씨(23·여)는 워낙 요란하게 응원을 하는 덕분에 이제는 선수들도 대부분 그를 알아본다. 이날은 타 구단을 응원한다는 친구 김희성 씨(25)까지 끌고 와 힘을 보탰다. 차은미 씨(33·여)는 김 감독의 골수팬. SK 와이번스를 응원하다 김 감독이 떠난 뒤 야구를 잊었던 그는 앞으로 원더스 팬이 되기로 했단다. 차 씨는 이날도 ‘존경하는 감독님’께 선물과 편지를 전달했고, 김광수 수석코치에게도 초콜릿 봉지를 건넸다. 골수팬 이길재 씨(40)는 일요일인 1일 온 가족을 데리고 광명에서 고양까지 달려왔다. “감독님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저희 아이들과 사진까지 찍었으니 정말 영광이에요.”

그랬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도전을 시작한 선수들. 그 뒤에는 그 아름다운 도전을 누구보다도 뜨겁게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

○ 에필로그

김경문 감독의 유니폼 등번호는 74다. 이 번호를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행운의 ‘7’과 죽을 ‘4(死)’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호조를 보이다가도 급전직하할 수 있다.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다가도 어느새 훨훨 날 수 있다. 삶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 없다는 뜻을 항상 마음에 새기려고 한다.

다이노스는 올해 말, 신인드래프트와 외국인 선수 지명으로 약 20명, 그리고 다른 8개 구단에서 20명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씩, 8명을 택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선수 60여 명 중 30명가량은 올해가 마지막인 셈이다. 원더스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팀이 프로 무대에 진출할 수 있을지, 내년에도 프로팀과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정해진 것은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는 말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다이노스와 원더스의 야구 청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내년이 ‘7’일지 ‘4’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입으로 “끝났어”라고 내뱉지 않는 한 그들의 야구는 계속될 것이다.

창원=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고양=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출처
http://news.donga.com/3/all/20120406/453505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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