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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천안 남서울대 성암문화체육관. 삼성그룹이 마련한 `열정락(樂)서` 강연장이 3000여 명의 대학생들로 꽉 찼다. 무선 마이크를 얼굴에 붙인 채 강단에 선 박상진 삼성SDI 사장의 표정은 사뭇 상기돼 있었다.

열정樂서" 강연 중인 박상진 삼성SDI 사장. <사진 제공=삼성SDI>
"여러분들은 지금 명확한 꿈이 있으신가요. 내가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꿈을 정하지 못한 청춘들이 많으실 텐데, 저 또한 여러분 나이대에 그랬답니다."

박 사장의 첫 발언은 동병상련이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에 대한 고백부터 시작했다.

경기도 안성에서 중학교를 다닌 박 사장은 무협지와 이성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도 노는 걸 좋아하니 어머니가 마음을 다잡으라며 서울로 유학을 보낼 정도였다.

재학 도중 군에 입대했다. 어느날 상급자를 따라 조깅을 해보니 너무 기분이 상쾌했다. 그 순간 `매일매일 하루를 값지게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대학 졸업 후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본인의 열정을 업무에 쏟아냈다. 지금도 그는 달리기로 건강을 다진다.

그가 `업무 마라톤`의 여정에서 가장 열심히 뛰었던 구간은 마케팅 분야. 박 사장은 "마케팅이라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것이지만 사실은 마음과 마음 사이의 길을 내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곧바로 업무 얘기를 꺼내는 법이 없었다. 첫 10분간은 상대방에 대한 안부를 묻거나 농담을 건네면서 마음을 열어젖히는 데 주력했다.

박 사장은 "삼성에 체계적인 브랜드 전략이 부족했을 무렵에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안에 몰입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브랜드 전략과 연애 기술에는 엇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애에서 밀고 당기고를 잘해야 성공하듯 브랜드 수립 전략도 일명 `밀당`을 잘해야 한다는 것. 너무 많이 팔려고만 하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기 쉬우므로 제품 값을 높이고 조금 고고하게 나와야 유리하다는 점을 임원들에게 설득시켰다.

박 사장은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몰입으로 승부하라"고 조언했다. 어떤 일에 몰입하게 되면 그 일에 대한 즐거움도 함께 느끼게 되고 거기서 창의력이 발휘된다는 것. 본인을 평생 동안 관통한 열정은 `몰입의 즐거움`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그가 회사 직원들에게 자주 쓰는 말이 `거족거이`(巨足巨耳)다. 큰 발과 큰 귀라는 뜻으로 많이 걷고 많이 들으라는 의미를 담아 박 사장이 만든 한자성어다.

회사 경영진은 각 사업장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직원들의 말을 경청할 때 기업의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 본인도 틈만 나면 삼성SDI의 천안ㆍ울산 사업장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을 누비면서 직원들과 소통한다.

박 사장은 "삼성SDI가 바로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라며 "여러분은 무언가를 충전하는 배터리의 역할을 부모님께 해드리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자식이 힘들어 하는 만큼 부모들도 많이 힘들고 아프다는 점을 늘 잊지 말라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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