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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룡 감독은 시야가 넓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진정한 승부사다. 좋은 인재를 모을 줄 알고, 그들의 실력을 이끌어내고, 잘 키워준다.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만남으로 내년에 좋은 결실을 맺어 한화가 비상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 jamesku -



김응룡 감독의 해태 타이거즈 왕조 2기를 이끈 이종범이 독수리 군단에서 지도자 인생의 첫 발을 뗀다. 스승과 제자는 무려 15년 만에 결합하며 정상을 향해 의기투합했다.

김응룡(71) 감독이 한화 새 사령탑으로 전격 선임되며 8년 공백을 깨고 현장으로 컴백한데 이어 그의 애제자 이종범(42)도 은퇴 후 첫 코치로 한화에 합류했다. 지난 1997년 해태의 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무려 15년 만에 결합한 김응룡-이종범 체제가 한화에서 새롭게 써내려갈 역사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선수

김응룡 감독과 이종범은 한국야구를 설명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큰 별들이다. 김응룡 감독은 역대 사령탑 최장기간(22년)·최다경기(2679경기)·최다승(1476승) 기록을 보유하며 최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위업을 달성했다. 이종범도 1994년 역대 단일 시즌 2위 타율(0.393)에 최다안타(196개)·도루(84개)를 성공시켰고, 1994년 시즌 MVP와 1993·1997년 한국시리즈 MVP에 유격수(4회)와 외야수(2회)를 넘나들며 골든글러브 6회차지했다.

두 사람이 함께 했을 때에는 더욱 위력적이었다. 광주일고-건국대를 졸업하고 1993년 해태에서 데뷔한 이종범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한 이가 다름 아닌 김응룡 감독이었다. 이종범은 입단 첫 해부터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한국시리즈 MVP와 함께 김응룡 감독에게 7번째 우승컵을 안겼다. 선동렬이 일본으로 진출하고, 김성한이 현역 은퇴하며 위기감이 고조된 1996~1997년에는 타선에서 거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한국시리즈 2연패 이끌었다. 김응룡 감독과 이종범이 함께 한 1993~1997년 5년간 무려 3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김응룡 감독은 해태 시절 이종범에 대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잘 하는 선수"라며 "나보다 야구를 더 잘 하는데 무슨 조언을 하겠나"라는 말로 절대적인 신뢰를 나타냈다. "20승 투수와도 바꿀 수 없다", "투수는 선동렬,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며 그의 존재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종범도 그런 김응룡 감독에게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라며 무한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 김응룡-선동렬 체제 시즌2

김응룡-이종범 체제는 과거 삼성이 연출한 김응룡-선동렬 체제를 연상시킨다. KIA 선동렬 감독은 2004년 삼성에서 수석코치로 지도자 데뷔했다. 당시 김응룡 감독을 1년간 모시며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김 감독은 선 감독에게 투수운용의 전권을 맡기며 지도자로 키웠다. 선 감독 같은 슈퍼스타 출신의 이종범에게는 당대 최고 명장 밑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배우는 게 많을 것이라는 기대다. 선 감독은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물려받은 후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김응룡 감독은 이종범의 LG 코치행이 와전된 소식으로 알려지자 직접 그를 만나 코치직을 제안했다. 한화 구단으로부터 코칭스태프 선임 전권을 부여받은 김응룡 감독이 가장 먼저 찾아나선 카드였다. 이종범도 스승의 제안에 망설임없이 동의하며 지도자 데뷔를 정든 타이거즈가 아니라 이글스에서 시작하게 됐다. 김응룡 감독이 아니었다면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KIA에서는 "김응룡이라는 커다란 우산 아래에서 지도자로 잘 배우기를 바란다"고 했다.

▲ 한화에도 발야구를 이식할까

이종범의 보직과 연봉 등 세부적인 계약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응룡 감독은 "이종범은 타격이든 주루든 수비든 뭐든 맡길 수 있는 지도자"라고 했다. 현재로서는 주루코치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응룡 감독도 "예전에는 한 방을 쳐서 이기고 그랬지만 요즘 추세는 뛰는 야구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뛰는 야구가 아니면 이길 수 없다. 발 빠른 선수들을 많이 키워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종범은 프로야구 역대 통산 두 번째로 많은 510도루를 기록한 대도였다.

아울러 강력한 근성과 카리스마를 앞세워 선수단 정신 개조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에이스와 핵타선을 보유했으나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맛이 떨어지는 팀이었다. 지레 승부 포기하는 모습이 적지 않았다. 오랫동안 팀에 배어있던 분위기. 하지만 김응룡-이종범 체제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카리스마의 화신 김응룡 감독과 근성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이종범의 조합이라면 정신력도 달라질 것이다. 야구가 정신력과 집중력의 스포츠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이종범 한화행, 친정팀 버린 건 아니다.


"김응룡 우산에서 잘 배우기를 바란다".

이종범(42)은 9일 낮 김응룡 한화 신임감독을 만나 한화행을 확정지었다. 한화 구단도 지난 9일 밤 공식 확인했다. 코치진 조각을 모두 김 감독에게 일임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은 이종범이 독수리 유니폼을 입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예상한대로 이종범은 스승의 품에 안겼다.


이종범의 한화행을 바라보는 한화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마도 친정팀 KIA의 시선은 더욱 복잡할 것이다. 해태와 KIA란 이름을 달았던 타이거즈는 이종범이 일본 생활을 제외하고 16년 동안 뛰었던 곳이다. 구단과 팬들은 친정이 아닌 다른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다는 것이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김응룡 아래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시각도 동시에 존재한다. 왜냐면 김응룡이라는 연결고리가 절묘하게 이어주기 때문이다. 김응룡은 타이거즈 18년동안 9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감독이다. 그의 밑에서 이종범은 선동렬과 함께 왕조를 건설했던 대들보였다. 타이거즈의 역사를 함께 써냈던 이들이었다.

김 감독은 선동렬 감독이 2003년말 거취를 놓고 흔들릴 때 삼성의 수석코치로 데려갔고 지휘봉을 물려주었다. 그리고 8년만에 현장에 복귀하더니 지도자로 뛸 곳을 찾지 못하던 이종범을 다시 품에 안았다. 그에 앞서 김기태 LG 감독이 광주일고 후배인 이종범과 함께 하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고 KIA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기엔 선감독이라는 벽이 있다. 언젠가는 돌아오겠다고 말했지만 당장은 아니다. 이처럼 갈피를 못잡는 와중에 김응룡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고 이종범의 거취를 간단하게 교통정리했다. 천재 이종범을 피워냈듯이 지도자 이종범을 키워내는 것도 그의 숙제이다.

이종범은 지난 9일 김응룡 감독이 한화 사령탑에 선임되자 "모시고 함께 하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쳤다고 한다. 스승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다부진 각오였다. KIA 구단의 한 관계자는 "김응룡이라는 커다란 우산 아래 지도자로 잘 배우기를 바랄 뿐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한마디에 언제가는 돌아오리라는 KIA의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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