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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트’는 미술가의 그림을 스마트폰 케이스나 티셔츠 등에 인쇄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를 만든 멤버들이 애플리케이션 화면과 직접 제작한 스마트폰 케이스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왼쪽부터 고경환·장종화·장종례·최바른씨.




모든 일은 2007년 시작됐다. 최바른(26)씨가 건국대 디자인조형대에 입학하면서였다. 2년 선배인 장종화(28)·고경환(28)씨와 제법 죽이 맞아 각종 디자인·광고 공모전에 참여할 생각으로 팀까지 꾸렸다. 받은 상만 30개가 넘을 정도로 성과가 좋았지만 정작 최씨는 “내 길은 그림이구나” 하는 생각이 강해졌다. 결국 이듬해 자퇴를 하고 무작정 서울 홍익대 앞으로 갔다.

 “그림으로 먹고살아야지.”

 잘만 그리면 될 줄 알았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대학을 중퇴한 최씨에게 갤러리가 주름 잡는 미술계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그림 좀 볼 줄 안다는 이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림을 올렸다. 하지만 그걸로 먹고살 순 없었다. 결국 입시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기업에서 홍보 책자나 사보 등에 들어갈 일러스트레이트를 부탁하면 장당 얼마씩을 받고 그려주기도 했다. 생계 따로 작품 따로, 그렇게 사는 게 가난한 미술가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진짜 일이 시작된 건 2011년 어느 밤 술자리였다.

 “네 작품을 사람들이 직접 사게 하면 어떨까? 스마트폰 케이스에 프린팅해서 말야. 요즘 케이스 하나에 4만~5만원씩 하더라.”

 형들의 제안에 최씨가 무릎을 쳤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미술가들은 자기 작품을 올리고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걸 고르면 스마트폰 케이스나 티셔츠에 그림을 프린팅해 배송해주는 서비스, 그걸 만들어 보기로 했다. 최씨는 미술가 45명을 모았다. 두 형은 다니던 광고회사와 디자인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에 매달렸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장씨의 동생 종례(25)씨가 개발자로 합류했다.

 어딘가 있을 법한 서비스란 생각에 불안감을 안고 시장조사에 들어갔지만 미국에도 비슷한 게 없었다. 6개월이 넘는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5월과 8월에 시험용 버전이긴 하지만 안드로이드용 앱과 아이폰용 앱 ‘에이아트’를 출시했다. 회사 이름과 같은 앱이었다.

 제품을 만들었으니 이번엔 공모전 차례. 이들은 이달에만 두 개 대회에서 1등상을 받았다. 서울시가 주최한 ‘앱 앤 잡 페스티벌’, 그리고 중소기업청과 KT가 주최한 ‘글로벌 앱 경진대회’였다.

 심사위원들은 에이아트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 모두에 후한 점수를 줬다. 소비자가 손가락으로 프린팅되는 그림을 확대·축소하고 인쇄될 위치를 정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능’ 같은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PC에서는 마우스로 구현된 바 있지만 손가락을 활용한 건 처음으로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앱 경진대회에 참가하면서 꿈이 커졌다고 했다. 한국의 예술과 세계의 대중, 세계의 예술과 한국의 대중을 잇겠단다.

 “대회에 나가 수상하면서 벤처투자업체를 만날 기회가 생겼는데 그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부를 볼 수 있겠더라고요. 가난한 미술가는 어디에나 있고 그들의 그림을 스마트폰 케이스나 액자에 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어디에나 있으니 말입니다.”

 중기청과 KT가 주최한 대회에서 부상으로 제공하는 실리콘밸리 견학이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 팀을 대표해 실리콘밸리에 가기로 한 개발자 종례씨는 “벤처의 성지라는 실리콘밸리에 직접 가서 우리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예술가가 되려던 미대생 3인방이 꿈꾸던 ‘그림으로 먹고사는 세상’이 스마트폰 안에서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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