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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관리가 힘들다고 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할 거면 차라리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 jamesku -

 

 

봉분과 주변이 온통 회색빛 콘크리트로 포장된 묘지가 등장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남모(70)씨는 최근 전남 고흥군 과역면 야산에 있는 문중 묘역 495㎡를 콘크리트로 덮었다. 봉분 9기와 주변은 물론 진입로까지 콘크리트를 깔았다. 150년 전 조성되기 시작한 묘역에는 남씨의 5대조까지 잠들어 있다.

 가문의 종손으로 수십 년간 문중 묘를 관리해 온 남씨는 나이가 들면서 묘지 관리하는 게 힘에 부쳤다. 1년에 몇 차례씩 멧돼지가 출몰해 봉분을 파헤쳐 여간 속상한 게 아니었다. 게다가 1년에 한두 차례 하는 벌초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멧돼지는 봉분 속에 숨어 사는 지렁이·쥐·굼벵이 등을 잡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씨는 “멧돼지가 파헤친 봉분 보수에 지친 데다 인부를 고용해 벌초하면 수십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게다가 묘역 인근 마을에 사는 남씨 문중 후손은 없었다. 이 때문에 멧돼지가 봉분을 훼손한 사실을 한참 뒤에 아는 경우가 많았다. 비용을 지불하고 벌초를 맡기려 해도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심 끝에 남씨는 이달 초 긴급 문중회의를 소집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문중 어른들이 모였다. 남씨는 묘역을 콘크리트로 포장하자고 제안했다. “멧돼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묘역에 철조망을 치는 등의 여러 방안을 생각해봤다. 하지만 콘크리트를 바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묘지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해온 남씨를 안타깝게 여겼던 문중 회원들도 “좋은 생각”이라며 반겼다.


 남씨는 지난 13일부터 사흘 동안 레미콘 10대 분량을 묘역에 쏟아부었다. 비용 700만원은 문중 어른들과 십시일반으로 부담했다. 남씨는 “봉분까지 콘크리트를 씌워 조상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묘지를 보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남씨의 선택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이 마을 이장은 “보기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남씨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서라벌대 풍수명리과 김만태 교수는 “망자가 묘지의 흙과 풀·공기 등을 통해 후손이나 우주만물 등과 교감한다는 풍수지리 이론을 생각할 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묘지 자체를 훼손한 게 아니어서 묘지법에 저촉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네티즌도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이날 온라인에서는 남씨의 선택이 “묘지가 하얗게 돼 있어서 더 무섭네” “조상님이 노하실 듯” “멧돼지가 훼손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등의 글이 올랐다.

 한편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다양한 형태의 묘지가 등장하고 있다. 고흥군 금산면의 한 마을에는 봉분에만 잔디를 심고 주변은 콘크리트로 포장한 묘지가 있다.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천연잔디 대신 인조 잔디를 깐 묘지도 고흥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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